저소비 생활
가제노타미 지음
정지영 옮김
책을 살 때 한 번에 열권 정도씩 산다. 이번처럼 당장 읽고 싶은 책이 목록에 들어있었던 적이 있던가. 어쩌면 이 책을 읽는다고 해도 답이 없을지도 모른다. 이미 알고 있었던 것 투성이일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직업을 관둔다고 해도 글 쓰는 일로 돈을 버는 일을 찾을 수 있기를, 그리고 매일 들여다보는 쇼핑앱의 진창에 빠지는 것만, 그것만 내려놓는 날이 며칠이라도 있으면 하는 바람으로 저소비생활과 글쓰기로 독립하는 법을 열권 안에 넣었다. 그리고 제법 빨리 책을 손에 잡고 읽었다. 미루지 않고 찾는 것. 일부러 책상에 앉는 것. 그렇다.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책상과 책장을 실제로 활용하는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나에게 필요한 것과 내가 가지고 싶었던 것에는 차이가 있다. 나는 가지고 싶으면 갖을 수 있는 사람이 되었다고 스스로에게 자만을 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이 책은 15년 전의 내 생활을 그리고 있다. 그땐 한 달에 30 만원가지고도 생활했다. 지금은 300만원도 한 달 생활하기에 모자라다.
뭐 하나 새로울 것이 없었다. 프리랜서, 싱글라이프, 그리고 물건을 산다는 것의 상관관계를 도돌이표로 노래하는 책.
소비하지 않으면 여유롭다고 하는데, 아니다. 돈을 쓰지 않으면서 바깥에서 생활을 하려면 굉장히 부지런해야 한다. 시간도 많아야 한다.
제목이 다한 저소비 생활. 그런데 책 제목을 응시한 요 며칠, 쇼핑앱을 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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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부서져라 일해도 돈은 모이지 않았고, 오히려 고생만 늘어가는 미스터리한 현상이 일어났다. 정말 서글프지 않은가? 열심히 일한 자신에게 보상 심리가 발동해 돈을 쓴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별로 필요 없는 물건을 자꾸 사는 함정. 처음부터 보상이 필요한 정도로 무리해서 일하지 않으면 과도한 보상 비용이 발생할 일도 없을 텐데. 생활비를 낮게 유지하면 환경이나 수입이 바뀌어도 생활에 흔들림이 없다. 나에게 필요한 것이 정해져 있으면 그 이외의 것에 향하는 관심이 줄어든다.
모두 내가 중심이다. 이것이 좋다라고 확실히 떠오르는 쪽일수록 행동에 옮겼을 때 만족감이 크다. 행복의 모양은 정말 다양하다. 그러나 세상에는 ‘이래도 되는 걸까?’라며 불안을 부추기는 일이 많아서 쓸데없이 고민하거나, 이미 행복한 일이 충분하지만 실감하지 못하기도 한다. 안 맞으면 관두면 그만이야. 언제 포기하는 것이 좋은가 하면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가장 클 때다. 귀찮아. 그럼에도 하려고 하는 나는 정말 대단해.
적은 물건과 돈으로 살아가는 일=제 모습으로 되돌아가는 일. 이렇게 어쨌든 한 걸음이라도 나아가자는 식이다. 줄이는 것이 아니라 늘리지 않는다. 잠시라도 일단 멈추는 습관.
그런데 의외로 버리지 않아도 되는 것을 굳이 버리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 억지로 버리려는 생각을 내려놓고 가진 것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