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
조앤 디디온 지음
홍한별 옮김
The April Bookclub
2024년 12월
좋은 역자의 힘으로도 끌어 올릴 수 없는 명작이 있다. 방송인 타일러가 극찬한 뒤로 책을 찾아 헤맸지만 품절된 지 꽤 된 이 책은 중고 도서로도 쉬이 만나볼 수 없었다. 그래서 [푸른 밤]을 먼저 읽었다. 느낌있는 책 표지를 얹고 상실이 새로 나왔다. 바로 샀다. 이제야 서평을 올리지만 디자인을 한 사람이 ‘전종균’으로 되어 있는데, 그의 다른 작품들도 보고 싶다. 상실과 푸른밤은 열길 물 속 중 한길이다. 무엇이 다른가.
‘홍한별’ 역자는 [푸른 들판을 걷다]를 읽은 이들이라면 알 것이다. 언어를 문학으로 가져온다는 것이 어떤 힘을 가지고 있는 이라는 것을. 그런데도 상실은 식상한 다큐멘터리를 보는 것 같이, 아무 흥미가 없었다.
[왜 항상 당신이 옳아야 해.
왜 항상 당신이 이겨야 해.
제발 한 번만 그냥 좀 내버려 둬.
비애는 그곳에 다다르기 전에는 아무도 알 수 없는 장소였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이 죽을 수 있다는 걸 예상하지만, 상상한 죽음 직후 며칠이나 몇 주가 지난 다음의 삶이 어떡할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사실 그 며칠이나 몇 주도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