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꽁알쟁이
  • 단 한 번의 삶
  • 김영하
  • 15,120원 (10%840)
  • 2025-04-06
  • : 240,345

단 한번의 삶

김영하

 

4월에는 알라딘에서 책을 많이 구매했다. 어디 책 뿐이랴. 소비를 많이 한 달로 단연코 으뜸인데, 옷, 신발을 비롯해 나를 채우는 것들을 많이도 구입했다. 얼마나 구매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가 아들이 책을 구매해달라고 해서 보다가 보니 어느새 50 만원을 훌쩍 넘어서 있었다. 그렇다고 안 사줄수도 없고, 또 사주기도 애매하다가, 내 것 사는데 아끼지 않고, 가족 것을 사는데 아끼는 내 모습에 질리고 말았다. 그렇게 책을 무분별하게 사들이는 달에 만난 책이 김영하의 에세이다. 나는 김영하의 소설을 좋아하지 않는다. 읽어보지도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것은 나의 주특기이다. 그러고 나서 세월이 흘러 어느 대목에서 펑펑 울고 있는 나를 만날지도 모르겠다만, 초창기 그의 단편소설 여러 편을 읽어본 뒤로 감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그러다가 ‘여행의 이유’를 통해 글을 잘 쓰는, 말하듯이 쓰는 사람 특유의 문장력에 놀랐다.

 

단 한번의 삶은 에세이를 구상하여 소설처럼 이야기 방식으로 이어나가서 자서전이 소설 같으면서 에세이 같다. 단 한번의 삶을 일회용 삶이라고 말한 그의 글답게 이어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어서 환대보다 적대를, 다정함보다 공격성을 더 오래 마음에 두고 기억한다. 어떤 환대는 무뚝뚝하고, 어떤 적대는 상냥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그게 환대였는지 적대였는지 누구나 알게 된다. 모두가 말한다고 진실은 아니다.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기대와 실망이 뱅글뱅글 돌며 함께 추는 왈츠와 닮았다. 기대가 한 발 앞으로 나오면 실망이 한 발 뒤로 물러나고 실망이 오른쪽으로 돌면 기대로 함께 돈다. 기대의 동작이 크면 실망의 동작도 커지고 기대의 스텝이 작으면 실망의 스텝도 작다. 큰 실망을 피하기 위해 조금만 기대하는 것이 안전하겠지만 과연 그 춤이 보기에도 좋을까?

 

내가 기꺼이 견디고자 할 의미 있는 고통은 어떤 것일까? 낮고 단단해 보이는. 행동도, 마음도, 습관도, 조금씩 달라지다가 그 변화가 누적되면 전혀 다른 사람처럼 되어버린다. 도시에는 밤새 많은 사람이 쓰러지고, 다치고, 죽는 것 같았다. 그 밤에 꿈을 꾸었다. 내가 어딘가 잘못된 곳에 와 있고, 여기가 아닌 다른 어딘가로 다시 ‘이탈’해야만 할 것 같은 이 익숙한 충동은 여전히 내 안에 있다. 모두들 다시 생각해보라고 했다. 나가면 후회할 거라고 했다.떠난 사람은 루저가 아니라 그냥 떠난 사람일 뿐이다. 남아 있는 사람도 위너가 아니라 그냥 남아 있는 사람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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