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상자
한강 글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데, 역시 그런 것도 같다. 제주 구좌읍에 갔다가 서점이 있으면 그냥 못 지나치는 내가, 그렇게 들어간 서점에서 그냥은 못 나오겠는 내가 함께한 책이다.
숙소로 돌아와 잠이 들기 전 아이들에게 읽어 주었는데 그리 재미있지는 않은가 보다. 오히려 사피엔스를 더 재미있어 한다.
눈물이 너무 많은 아이가 위축되어 있을 때 누군가를 만나 눈물의 의미를 깨닫고 자신을 더 사랑하게 되는 이야기다. 마음을 씻어주던 이미지를 남긴 연극 눈물을 보여드릴까요?를 보고 이 글을 쓰게 됐다는 작가는 시각, 청각, 촉각의 감각을 마음에서 글이라는 꽃으로 피어나게 하는 사람이었다.
나는 채식주의자의 한강을 보며 답답하고 애처롭고 어지러웠지만, 그런 사람의 삶도 있다고, 그게 인생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내심 안도하며 인정하고야 말았다. 그리고 또 눈물상자의 한강을 보며 그녀만의 세계가 공고하기를 바라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