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속을 걷다
헨리 데이비드 소로
조애리 옮김
민음사
쏜살 문고. 작은 책으로 만나는 민음사의 책들. 참 좋다.
작은 오두막에서 보낸 2년 남짓의 시간만으로 소로를 생각한다면 다른 책도 있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다른 책이 꽤 좋다는 것도 알았으면 좋겠다.
[낮의 빛이 그들의 가슴속으로 피난 와 있다.
어디로 걸을지 결정하기가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 나는 자연 속에 섬세한 자력이 있다고 믿는다. 무의식적으로 그 자력에 복종하면 바른길로 가게 될 것이다. 자연은 우리가 갈 길에 대해 무관심하지 않다. 바른길이 있는데, 우리가 산만하고 어리석어서 잘못된 길로 가는 것이다. 실제 세계에서는 가본 적이 없더라도 상상의 세계에서 완벽하게 이상적인 길을 떠올리면 기꺼이 그 길로 가게 될 것이다. 때로는 어느 방향으로 갈지 모를 때가 있는데, 그것은 어떤 길로 갈지 정확하게 머리에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지구 자체가 과일처럼 나뭇가지에 매달려 태양을 향해 뺨을 내리는 것 같다. 하루가 저물기 직전에 더 밝게 빛나는 것처럼 한 해도 저물기 직전에 더 밝게 빛난다. 10월은 해가 지는 노을 진 하늘과 같고 11월은 황혼과 같다. 10월 혹은 가을의 색. 기분이 내킬 때마다 책장을 넘기면 가을 숲을 산책하는 기분이 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