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훈씨가 서강대 철학과를 졸업했다고 해서 굳이 강영안교수를 인터뷰해야만 했을까?
그가 기획을 했기 때문이겠지만, 조금 과한 욕심을 부린 건 아닐까?
그래서인지 자신과의 사적인 인연을 강조한 부분이나, 강교수의 개인적 학문 여력에 대한 첫부분은 지루하며 굳이 이런 이야기를 상당한 분량으로 넣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자 개인의 학문 여력을 알지 못해도 그 학자의 사상의 핵심이나, 철학의 제문제에 대한 간략하면서도 압축적인 개관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전에 번역되었던 브라이언 매기의 인터뷰집 <현대 철학의 쟁점이란 무엇인가>(심설당, 절판도서)나 리처드 커니의 <현대사상가들과의 대화>(한나래)등을 보면 10페이지 남짓의 짧은 인터뷰를 통해서도 현대 철학의 동향이나 철학자의 활동 분야나 활동하는 나라의 지성계의 모습을 잘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책이 보다 밀도있게 진행될 수 있으려면, 그러면서도 꼭 제자와 스승의 대화를 강조하고 싶었다면, 강영안교수와 지금은 같은 학교 프랑스 철학분과 교수가 된 서동욱교수같은 사람을 인터뷰어로 했을면 어땠을까?
스승의 학문적 자장에서 서서히 벗어나기 시작한, 그리고 상반된 성향의--강교수가 원서에 대한 면밀한 독해와 정리, 그리고 학문적 해석을 강조한다면, 서교수는 원서에 대한 해석보다는 거기서 흡수한 문학적 향취나 은유적인 문학적 글쓰기를 특징으로 한다-- 두 학자의 대화였다면 얼마나 팽팽한 긴장감을 만들어나갈까 생각만 해도 즐거운데 말이다.
안타깝다. 우리는 수다스런 인터뷰보다도 함께 마주보고만 있어도 진땀이 흐르는 진검승부를 보고 싶었는데 말이다. 또 한번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이 책을 보며 우리는 인터뷰라는게 그리 쉬운게 아니란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