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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을 책상에 세워 두고서 날마다 보았다.
뚱보 아줌마에게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좋았기 때문이다.
둥글둥글한 곡선이,
풍선처럼 부푼 몸을 감싼
세 가지 색감이
유독 마음을 평온하게 해 주었다.
붓끝으로 곡선을 따라 살짝 울퉁불퉁하게
번지듯 마무리한 게 인상적이다.
시종일관 무표정인 얼굴인데
아줌마의 그 표정에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아마도 그건 아줌마가 좋아하는 일들이
만들어낸 분위기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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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하러 물에 들어가기 전에
물고기를 놀래키지 않으려 조심한다.
수영을 즐기기보다
호수에서 살아가는 존재들과
함께 어우러지는 시간을 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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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호수에서 살아가는 동물들에게
작은 섬이 되어 주는 아줌마라니...
조원희 작가가 이 한 장면을 통해
독자에게 슬몃 건네는 메시지를
나도 공손히 받아들일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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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의 평화로운 순간을 깬 이는
올록볼록 근육 아저씨와 검은 맹수.
아줌마는 둘을 구한다.
그들은 왜 호수에 빠진 걸까.
근육 아저씨가 물에 빠져서도 손에
꼭 쥐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그림책의 매력은 한 장면으로도
한 인물이 가진 다채로운 면을
짐작하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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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어우러지는 삶을 생각해 본다.
글이 몇 줄 안 되는 그림책이지만
그림의 여백을 통해서
책장 사이마다 생략된 이야기를
상상해 보고,
인물들이 서로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어떻게 새 동거인(가족)이 되었는지를,
풍성하게 나눌 수 있는 그림책이라서
반갑다.
쉼, 평안, 위로, 여백, 호수, 나무, 새, 초록이
좋은 사람이라면 날마다 펼쳐보고 싶은
그림책이 될 것이다.
근육 아저씨와 뚱보 아줌마 '숲'이 궁금해진다.
이야기의 순서는 '숲' 이야기가 먼저라고 했으니...
(*서평단으로 참여하여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