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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풍요로움

선택의 가능성   

 

                                                                                                             * 쉼보르스카  

 

 

영화관을 좋아한다.

고양이들을 더 좋아한다.
바르타 강가의 떡갈나무들을 더 좋아한다.
도스토예프스키보다 디킨슨을 더 좋아한다.
인류를 사랑하는 자신보다
사람들을 좋아하는 자신을 더 좋아한다.
실이 꿰어진 바늘을 갖는 것을 더 좋아한다.
초록색을 더 좋아한다.
모든 잘못이 지혜 때문에 생겼다고
주장하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예외를 더 좋아한다.
일찍 집에서 나서기를 더 좋아한다.
의사와 다른 일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좋아한다.
빗살무늬로 인쇄된 낡은 그림을 더 좋아한다.
시를 쓰지 않을 때의 해학보다
시를 쓸 때의 해학을 더 좋아한다.
십년마다 맞이하는 기념일이 아닌
나날을 기념일로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나에게는 아무것도 약속하지 않는
도덕군자들을 더 좋아한다.
너무 쉽게 믿는 것보다
교활한 선량함을 더 좋아한다.
민간인들의 땅을 더 좋아한다.
약탈하는 나라보다 약탈당한 나라를 더 좋아한다.
의심을 가지는 것을 더 좋아한다.
정리된 지옥보다
혼돈의 지옥을 더 좋아한다.
신문의 제 일면보다 그림(Grimm)의 동화를 더 좋아한다.
잎이 없는 꽃보다 꽃이 없는 잎들을 더 좋아한다.
꼬리의 일부를 잘라내지 않는 개를 더 좋아한다.
내 눈이 짙기 때문에 옅은 눈을 더 좋아한다.
서랍들을 더 좋아한다.
마찬가지로 여기 지적하지 않은 많은 것들보다
여기 지적하지 않은 않은 많을 것을 더 좋아한다.
숫자의 대열에 정렬되지 않은
분리된 제로를 더 좋아한다.
별들의 시간보다 곤충들의 시간을 더 좋아한다.
복이 달아나지 않도록 생나무를 두드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아직 얼마나 오래 그리고 언제라고 묻지 않는 것을 더 좋아한다.
존재가 자기의 진리를 가지고 있다는
그 가능성조차 고려하는 것을 더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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