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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안의 풍요로움

 

내가 그를 사랑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와 함께 나는 신 나게 웃어 댈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우리는 함께 침대 위에서 뒹굴었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다. 그것은 사랑했다는 것보다 더 대단한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젖히고 술을 한 모금 마셨다.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와 함께 있을 때, 그때도 나는 외로웠고 혼자라는 생각을 가지지 않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 그가 없는 지금은 훨씬 더 외롭게 느꼈다. 나는 진짜, 완전히 혼자가 되어 버린 기분이었다. 아아, 나의 쌍둥이 왕자...... 나는 육교 난간으로 허리를 꼬꾸러뜨리며 울음을 터뜨렸다. 내 손에서 떨어져나간 술병이 철둑 어딘가에 떨어져 부서졌다. 그리고 긴 기차의 기적소리와 뒤이어 달려온 바퀴소리가 내 울음소리 위로 지나갔다. 철컥철컥. 기차의 바퀴는 규칙적인 소리를 냈고 나는 시간이 가고 있는 소리를 들었다. 

 

- 숨어 있기 좋은 방, 신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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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아가더라도 아주 늦게, 어쩔 수 없이 들어가 새벽같이 나와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 

 

나는 현관 문을 열었고 긴 한숨을 터뜨렸다. 너무 환한 날이었다. 하늘은 저 먼 곳에서 새파랗게 빛났고 옅은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멍하니 흩날리는 나뭇잎들을 바라보았다.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다. 그저, 바람이 불 때마다 핑글 가볍게 날았다 바닥으로 내려앉을 뿐이었다. 난 어쩌면 좋아, 내 몸은 너무 무거워. 나무를 향해 내가 중얼거렸다. 커다란 나무는 비눗방울을 날리듯 나뭇잎을 날려 보냈다.
 

나는 난간에 기대어 오랫동안 오동나무를 바라보았다. 태정은 어딜 갔지? 내가 중얼거렸다. 그는 떠났어. 이렇게 오동나무의 커다랗고 푸른 잎이 툭, 소리를 내면서 떨어졌다. 오동나뭇잎은 왜 저렇게 커다란 소리를 내면서 떨어지지? 그건 내 존재가 너무 무겁기 때문이지. 훔. 나뭇잎들이 일제히 흔들리며 웃는 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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