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다기보다는 압축해제를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수많은 사유와 통찰과 경험들이 고밀도로 압축되어서, 씹으면 씹을수록 점점 더 맛있어지는 극상의 요리처럼 적어도 열 번은 꼭꼭 씹어 먹어봐야 그 진미를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책.
하지만 놀랍게도 압축 해제가 덜 된 상태로도 그냥 페이지마다 적힌 문장 하나하나가 아찔하도록 재미있다. 사람 머리로 도대체 어떻게 이런 표현을 생각해 내는 거지? 싶은 문장들이 그냥 책 곳곳에 지천으로 널려 있는 수준.
작가의 예술관을 가장 선명하게 담아낸 책이기도 하다. 물론 작가 본인에게 그렇게 말하면 '세티카가 한 말은 세티카의 말이고 사란디테가 한 말은 사란디테의 말이며 네롤이 한 말은 네롤의 말'이라는 대답이 돌아올 것 같지만, 아무튼 독자로 하여금 글과 예술에 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환상적이고도 멋진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