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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코야마 히데오 님의 <64>입니다.
요코야마 히데오는 신문기자 출신으로 <루팡의 소식>으로 91년 제9회 산토리 미스터리 대상 가작을 수상하면서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였으며 2003년 <사라진 이틀>로 128회 나오키 상 후보에 올랐지만
"현실성이 결여되었다."라는 비난을 받고 낙선을 하자 나오키 상과 결별 선언을 하여 일본 문단의 화제를 일으킨 작가입니다.
<64>, 이작품은 무려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 대작으로 2013년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3년 "일본 서점 대상" 2위에
오른 작품입니다. 개인적으로 재미면에서 신뢰하는 두 문학상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와 "일본 서점 대상"에서 상위에 랭크된
작품이니만큼 재미면에서는 확실한 작품이 바로 <64>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서력을 쓰는데요. 일본은 왕이 존재하고 있어 서력과 함께 연호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은 모두 아실겁니다.
<64>라는 제목은 쇼와 64년(1989년)에 벌어졌던 여아 납치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삼고 있는 작품으로
기본적으로 경찰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경찰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그간 보아오던 경찰 소설과는 굉장히 다른 성격을 가진 작품이 바로 <64>입니다.
흔히 여아 납치 살인사건을 가장 큰 이야기의 줄거리로 삼다보면 공소시효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동일범의 소행으로
보이는 사건이 발생하고 다시금 수사를 재개하면서 범인을 잡게 된다는 이런 뻔하지만 공식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스토리를 가진 경찰 소설을 생각하기 쉬운데요.
<64>는 특이하게도 미제 사건의 해결보다는 일본 경찰에서 볼 수 있는 커리어와 비커리어간의 갈등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흔하지 않은 경찰소설입니다.
커리어와 비커리어로 구분되는 일본 경찰. 그 속에서도 비커리어 출신으로 갑작스러운 발령으로 커리어 밑에서 일을 하게 되면서
비커리어들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혀 버린 주인공의 미묘한 위치가 <64>의 묘한 재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700페이지에 육박하는 분량에 커리어와 비커리어의 갈등, 미제 사건 64, 그리고 자신의 모습을 닮은 딸의 비행 등.
이야기는 그야말로 걷잡을 수 없는 방향을 향해 치닫고 다양한 이야기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다 보니 조금 산만한 느낌도
있긴 하지만 <64>에서 보여주는 이 특이하면서 묵직한 느낌의 경찰 소설은 너무나 매력적으로 다가옵니다.
과연 괜히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에서 1위, "일본 서점 대상" 에서 2위에 오른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드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