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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
  • 김형숙
  • 13,500원 (10%750)
  • 2017-05-22
  • : 1,820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은 결국 병원에서 죽는다는 것일 테고, 죽음을 앞두고 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라면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생사를 오가는 위독한 상황이거나, 끝을 알 수 없는 병치레 중이거나. 저자는 서울의 대형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로 일하며 겪고 느낀 것들을 이 책에 담았다. 글 대부분이 ‘진심만으로’ 쓰였다는 인상을 강하게 준다. 공들였을 법한 미문도, 인정받으려는 욕망도, 시답잖은 유머도 찾아보기 어렵다. 그저 경험과 반성과 고민의 갈래들이 다양한 사례와 함께 읽는 이 앞에 펼쳐진다.


중환자실에서 만난 사람들의 위태위태한 사연에 저자의 생각이 조심스레 곁들여진 이야기는,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매우 흥미진진하다. 그래서 몰입하게 된다. 그런데 그게 썩 유쾌하지만은 않다. 당연하다. 병원 얘기니까. 병원, 특히 종합병원 병동의 그 알싸한 분위기를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럼에도 경청하게 된다. 그것도 감사하게. 중환자실의 세계를 이처럼 깊고 근접한 시선을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생생히 경험할 수 있다는 건 소중한 일이다. 어차피 언젠가는 주변 사람들의 죽음을 맞이할 것이며 나도 죽을 거라는 사실을 어스름하게나마 이해해가고 있는 이에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는 이야기다.


주의할 점은, 머리로만 이해하지 않는 것이다. 논리적 이해는 어렵지 않다. 중요한 건 마음으로도 이해하는 것이다. 암만 이해해도, 이해하는 척해도, 죽음이라는 슬프고 무섭고 먹먹한 사건 앞에선 누구나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릴 것이다. 나는 죽음을 과연 얼마나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김보통의 만화 [아만자]에는 이런 말이 나온다. “아마도 삶이란, 그것이 언젠간 반드시 끝난다는 것을 눈치챈 순간부터 의미를 가지는 것일지도 모르겠네.” 이 말의 의미를 눈치채고서 덜 허무해질 수 있다면, 혹은 더 즐거워질 수 있다면야 좋으련만. 결국 이 책이 전달하고자 하는 건, 내 죽음이든 타인의 죽음이든 죽음 앞에서 조금이나마 덜 아파하고 더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제안이기도 하다.


저자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에 관한 판단과 결정을 독자 몫으로 남긴다고 말하지만, 실은 환자의 자기결정권을 중시한 ‘사전의료의향서’라든가 잘 이별하기 위한 ‘Hopeless Discharge(가망 없는 퇴원)’의 미덕을 나직하게 주장한다. 읽는 입장에선 자연스레 그의 말에 귀 기울이게 된다. 설득력이 있으니까. 나아가 그는 한 호스피스 병동에서 마주친 환자와 가족에게서 “축제 같은 삶의 마지막 날들”을 보았다고까지 한다. 정말 호스피스란 그런 곳일까? 머리로만 대충 알고 있던 호스피스에 대해 마음으로 알고 싶어진다. 어떻게 해야 잘 이별할 수 있을까? 어찌 해야 잘 죽었다고 소문이 날까? 적어도 이런 질문의 방향을 더 뚜렷하고 구체적으로는 만들어줄 수 있는 게 이 책인 것 같다.


[출처] [도시에서 죽는다는 것]|작성자 생각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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