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오즈의 서재
  • 이탈리안 홀리데이
  • 메이브 하란
  • 18,050원 (5%570)
  • 2023-12-20
  • : 84

   60대 할머니(요즘 60대를 할머니라고 부를 수 있다면야)들이 주인공이라 그런지 책이 별로 인기가 없는 모양이다. 다른 서점은 안봐서 모르겠고 알라딘에 그 흔한 100자평이나 리뷰가 하나도 없네. 몇 년 전에 동생이랑 다녀온 이탈리아가 너무 좋아서인지 제목에 확 끌려 구입해놓고 역시나 2년 모셔놓은 책인가보다. 요즘 일이 빡세서 그런가 홀리데이라는 말이 부럽다. 그냥 며칠동안의 그런 휴가 말고 한 1년 정도 외딴 곳에 가있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드는 요즘. 전혀 현실적이지 않은 소망이지만 최근 회사에서(우리 회사는 글로벌 회사다) 버틀넥으로 쓰러져나가는 친구들을 여럿 봐서 그런지 남일같지 않다. 회사가 유럽회사이다보니 미국회사보다는 인간적이라 그런 친구들이 회복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6개월정도는 회복할 시간을 주는 듯 하다. 그런데 문제는 6개월 뒤에 돌아올 지 못돌아올 지는 모르지만 그 공백을 남은 사람들이 메꾸다 보니 이미 한계에 몰리는 상황인데 더 밀어붙인다는 점.


   암튼 책에 등장하는 60대 할머니들은 상황은 다르지만 다들 그렇게 지쳐있는 상태이다. 한 사람은 자수성가한 사업가인데 사업 좀 확장하려다가 못된 벤처금융회사에게 회사를 뺏기게 생겼다. 또 한 사람은 남편과 같이 일하는데 사업장에서 남편이 버젓이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랑 바람 피우는 걸 목격했다. 또 한 사람은 변변찮은 동네 출장요리사인데 아들과 며느리는 집에서 빌붙어 살면서 집안일을 나몰라라 하고 남편은 백수로 지내면서 사사건건 간섭이다. 그리고 마지막 할머니는 자기가 남편이 죽고 연금 사기를 당해 어쩔 수 없이 엄마 집에 들어와 사는데 자신도 이미 60대인데 90대인 엄마가 자기를 식모처럼 부려먹고 매일 가스라이팅을 당하는 상황이다. 그런 이들에게 이탈리아 남부의 보석같은 란짜렐라에 위치한 빌라 레 시레누세에서 모든 걸 잊고 도피생활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


   막 엄청 재미있거나 잘 짜여진 작품이라거나 이런 건 아닌데, 한계까지 몰릴대로 몰린 이들이 치유되고 변화하는 과정이 위로가 된다. 사실 휴대폰도 안터지는 외딴 곳에서 누가 해주는 맛있는 식사와 와인을 매일매일 먹고 마시면서 멋진 경치와 자연을 옆에 두고 생활하면 누구든 치유가 안될까라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살아온 방식, 배경, 성격이 모두 다른 네 명의 여성이 둥글둥글 뭉쳐지는 모습을 보면서 이상하게도 힐링이 된다. 나도 60대가 되면 이런 기회가 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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