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경철 교수의 도시여행자 두번째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첫번째는 '파리'였는데 파리의 역사는 다룬 책들이 많은데다 내가 애정하는 책들이 아직 숙제로 남아있어 '노르망디'로 시작해본다. 이렇게 특정 지역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광범위한 역사서보다 오밀조밀한 재미가 있다. 특히 이번 책은 '도시여행자를 위한'이라는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역사학자로서만이 아니라 여행자로서의 시각도 담겨있어 여행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누구가 재미있고 쉽게 읽을 수 있을만큼의 수준이다.
노르망디라는 지명은 우리에게 친숙하다. 아마도 '노르망디 상륙작전'으로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지 않았을까 하는데, 노르망디는 파리가 있는 일드프랑스와 인접해 있는데다 유명한 몽셸미셸이나 루앙, 옹플뢰르, 지베르니 같은 유명 관광지가 있어 파리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발을 들여놓았을법한 곳이다. 노르망디는 해안을 끼고 있어서 굳이 세계2차대전이 아니라도 중세시대부터 부침이 많았던 지역이다. 특히 유럽이란 곳이 지금의 국가 형태로 완전히 분리되기 이전, 서로 뺏고 빼앗고 결혼으로 땅따먹기 하고 왕위 계승권을 주장하던 시기에 노르망디는 서로 탐내던 요새이자 물자 풍부한 알짜배기 땅이었던지라 잠시도 평화로운 풍경으로 존재하기 어려웠던 지역이었다.
이렇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노르망디를 수도원, 역사, 예술, 해안도시, 평화, 미식으로 나누어 노르망디 구석구석을 풀어낸다. 사실 노르망디 내의 어느 지역이라도 위에서 언급한 카테고리 하나에만 해당하는 곳은 없다. 천년이 넘는 세월을 품고 있는 장소들이니 사연이 어디 한 두개이겠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행자가 한정된 시간으로 노르망디 지역을 둘러보고자 한다면 저자의 발걸음을 따라가보는 것도 좋겠다. 지난 4월에 파리에 갔을 때 가보고 싶었던 장소들이 이제 보니 모두 노르망디 지역이었다. 가보지 못한 장소들에 대한 아쉬운 마음을 이 책을 통해서나마 달랠 수 있어서 흡족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