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오즈의 서재
  • 모킹버드
  • 월터 테비스
  • 15,300원 (10%850)
  • 2024-07-17
  • : 196

   이 책을 다 읽은 지금도 사실 나는 내가 작품 속 '모킹버드'의 뜻을 명확히 이해했는지 자신이 없다. 모킹버드는 우리나라에서 흔히 '앵무새'라고 번역되지만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도 'To kill a Mockingbird'가 원제이다) 사실은 '흉내지빠귀'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한다. 흉내지빠귀의 의미는 조금 있다가 다시 언급하기로 하고 작품의 배경에 대해 좀 더 설명하자면 디스토피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로봇과 AI가 판을 치는 세상이지만 인간만 멸종 위기에 놓인 것이 아니라 로봇들도 여기저기 고장나고 수리되지 않은 채로 방치되고 그냥 세상 자체가 종말적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인간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태어나지 않아 인구 소멸의 위기에 놓여있고 읽고 배운다는 것이 뭔지 잊어버린지 오래이며 책도 세상에서 사라진지 꽤나 오래되었다. 인간은 그저 최면약과 대마로 아무 생각없이 살아가고 그런 삶이 지겨운 이들이 사방에서 분신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중이다. 가장 진화된 로봇인 메이크 나인 중 유일하게 남아있는 스포포스는 인간이 모두 사라지기 전까지는 절대 죽을 수 없는 존재로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로봇이다. 매년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의 옥상에서 자살하려고 하지만 절대 옥상 끝까지 갈 수 없어 괴로워한다. 이야기를 이끌어 가는 캐릭터로 스포포스 이외에 2명의 인간이 등장한다. 벤틀리와 메리 루인데, 벤틀리는 남아있는 인간 중 유일하게 '읽기'를 할 수 있는 사람으로 스포포스의 눈에 띄게 되고 메리 루는 유일하게 불임 상태가 아닌 여자다. 이야기는 이렇게 세 존재가 번갈아가며 화자로 등장한다.


   자 그럼, 모킹버드는 무엇을 의미할까. 아마도 더 이상 능동적으로 사고할 수 없고 감정을 잃어버린 채 자신의 생각을 입밖에 내어 말할 수 없게 된 인간을 의미할 거라고 짐작해본다. 책 속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문구인 '숲 가장자리에서는 오직 흉내지빠귀만 노래를 한다'라는 표현은 앞서 말한 하퍼 리의 <앵무새 죽이기>에 등장한다. 숲 안쪽 깊은 곳에 들어가 스스로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 탐험하는 능력을 잃어버린 인간은 그저 숲 가장자리에서 다른 이들의 흉내만 내는 존재임을 말하려 하는 것일까.


   작품 속에 등장하는 (꺼지란다고 꺼지는)로봇을 포함한 다양한 군상들의 존재가 좀 따로 논다는 느낌이 들었다. 뜬금없이 등장하는 마우그레의 밸린 가족하며 마우그레에서 나올 때 탔던 생각버스의 텔레파시 같은 것들이 도무지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아마도 작가의 깊고 깊은 뜻을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 지도.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