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이 아닌 위험, 그곳에서 기도는 시작된다
biche7923 2025/09/06 22:28
biche7923님을
차단하시겠습니까?
차단하면 사용자의 모든 글을
볼 수 없습니다.
- 살아 있는 기도
- 안토니 블룸
- 13,500원 (10%↓
750) - 2023-01-01
: 368
🌿
통상적으로 기도는 자신보다 큰 존재에게 비는 행위로 정의된다. 그러나 세례를 받은 지 20년이 흐른 지금도 나는 여전히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다. 그런 내게 안토니 블룸의 <살아있는 기도>는 기도를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하느님과 일치하는 여정으로 보여준 책이었다.
기도란 위험한 것이며 그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는 그 안으로 들어갈 수 없습니다.
p.14
블룸은 기도를 '위험한 행위'라 말한다. 처음엔 낯설었다. 나는 기도를 언제나 평화를 주는 행위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단호히 말한다. 기도가 늘상 따스한 도피처에 머문다면 그것은 온전하지 않다고. 하느님께 속하지 않은 모든 집착과 안온함을 내려놓고, 온 존재를 내맡기는 순간에야 비로소 기도가 시작된다고.
나는 여기서 성경 속 밀알을 떠올렸다. 밀알이 땅에 떨어져 죽어야만 많은 열매를 맺듯, 기도하는 인간도 매 순간 죽고 새로 태어나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 그럴 때 기도는 더 이상 도피가 아니라, 생과 사를 초월하는 거룩한 여정으로 거듭날 수 있다.
기도는 위험하다. 익숙한 세상과 결별을 고하고, 보이지 않는 존재에게 투신하는 일은 어리석은 도박처럼 여겨진다. 우리는 매 순간 망설인다. 마치 거대한 바다 앞에 선 소금인형처럼, 나약한 모습으로. 그럼에도 하느님께선 기다리신다. 천천히 그분의 깊이에 스며들어, 바다와 우리의 경계가 희미해질 때까지. 그리하여 마침내 당신과 완전한 일치를 이룰 수 있도록.
.
.
.
PC버전에서 작성한 글은 PC에서만 수정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