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읽은 책은 청소년 대상 소설 <달 표면에 나무 심기>였다. 286쪽으로 챕터가 32개로 잘게 나뉘어서 읽는 데 부담스럽지는 않았다.
뒤표지에는 이렇게 쓰여있다.
"달 표면처럼 황폐한 땅에 숲을 만들고 싶은 아이, 잭!
사랑하는 가족과 자신의 꿈 사이에서 고민하면서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잭의 성장기!"
책이 태어난 코퍼 타운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자라지 않는 척박한 마을이다. 아버지는 대대로 그래왔듯이 잭이 광부가 되길 바라지만, 잭의 관심은 수많은 생명이 살아 숨 쉬는 숲에 가 있다.
어느 날, 광산 회사에서 대규모 정리 해고를 하고, 광부들은 이에 맞서 파업을 한다. 파업 때문에 광산이 문을 닫아 자연이 되살아나지만, 정들었던 친구들이 떠나고 돈이 떨어져 먹을 것조차 제대로 먹지 못한다.
과연 잭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갑자기 날카로운 윙 소리가 울리며 선생님의 말을 잘랐다. 사이렌이다!
책이 날아갔다. 의자가 넘어졌다. 책상이 서로 맞부딪쳤다. 우리는 달렸다, 한 사람도 빠짐없이. 멈추려 했다 해도 선생님은 우리를 막을 수 없다. 우리의 다리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내달리고 있었다.
사이렌이 울린다는 건 곧 광산에 사고가 발생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아버지가 다치거나, 혹은 더한 일이 일어났을지도 모른다.
제발 아버지만은, 제발 아버지만은, 나는 흙길을 세차게 달리면서 심장이 뛸 때마다 이 말만 되풀이했다.
본문 <낙반 사고> 중에서

<달 표면에 나무 심기>의 배경이 되는 코퍼 타운은 달 표면처럼 황폐한 땅이라는 묘사가 책 초반에 나온다. 하지만 한 번도 그런 땅을 본 적이 없어서 책 읽는 내내 막연히 상상했다.
참새가 마을에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이 놀라는 장면도 이해가 안 갔다.
책 뒤에 실제 배경인 미국 테네시 주 코퍼 타운이 나온다. 사진을 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넓고 살벌해서 놀랐다. 저런 곳에서 어떻게 살지? 진짜 지구가 아닌 다른 별처럼 느껴졌다. 한국어판 제목이 <달 표면에 나무 심기>가 된 배경이 아닐까 싶다.
쇠퇴해 가는 탄광 산업과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가족을 부양하려고 광부가 되어 평생 일한 아버지.
풀 한 포기 없는 땅에 태어나 나무를 꿈꾸는 소년 잭.
두 사람의 갈등이 이야기의 큰 축이다.
그리고 광산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오는 여러 에피소드가 때론 슬프고 때로는 신기하게 느껴진다.
소설 초반에 주인공 잭의 작은아버지가 탄광이 무너지는 바람에 매몰돼 죽고 만다. 아버지처럼 광부였던 작은아버지는 자신처럼 광부가 되길 싫어했다. 작은아버지는 공부를 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다.
잭은 아빠가 엄마에게 기대 우는 모습을 처음 보았다. 하지만 잭의 기대와 달리 작은아버지의 죽음 앞에서도 아버지는 잭은 광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때 정말 화났다. 동생의 죽음을 그저 땅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은 불찰 때문이라고 생각하다니. 그런 위험한 직업을 자식에게 계속 권하다니!
하지만 아버지의 높은 프라이드와 책임감 때문에 잭의 아버지가 탄광 제일 깊은 곳으로 들어갔을 거라고 생각한다.
직원 1,000명 중에 500명이 해고될 때도 아버지는 분홍 쪽지를 받지 않았다.
대량 해고에 맞서 탄광 사람들이 파업하자 자연이 돌아온다.
인공호에 개구리알이 생긴다. 주인공은 개구리알을 애지중지하지만 결국 살아남은 건 한 마리뿐이다.
아버지와 아들의 갈등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척박한 생활 환경이었다. 광부는 돈을 꽤 많이 받는 듯했다.
우체부보다도 많이 벌고, 광부과 되려다 떨어진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얼마를 줘도 진짜 살고 싶지 않은 동네였다.
운동장에서 야구를 하다가 황사 구름이 오면 숨을 죽이고 나쁜 공기가 지나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빨래를 널었는데 비가 오면 산성비라 엄마의 스타킹에 구멍이 숭숭 뚫린다. 나쁜 것, 뜨거운 것을 다 호수에 쏟아부어서 인공호에 뭐가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할머니는 폐암, 할아버지와 작은아빠는 광산에서 사고로 돌아가시고, 가장 친한 친구는 천식으로 호흡기가 없어면 뛰지 못 한다.
풀 한 포기 없다는 게 과장이 아니라, 직유라는 게 얼마나 섬뜩한 일인지...

자연이 돌아온 코퍼 타운의 모습
얼마 전에 우리나라 해고 노동자 가족이 겪은 아픔을 그린 <고맙습니다 별>을 읽었다. 그 작품에서 주인공 아버지는 계속 회사와 계속 싸우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에서 주인공 아빠는 양탄자 공장에 동료들과 들어간다. 회사가 문을 닫아버리고 공장을 부쉈기 때문이다. 사양산업이긴 했지만.... 사람을 너무 탄광이 있던 자연 대하듯했다.
아버지와 친척 같던 동료들은 양탄자 공장에 들어가고, 주인공은 드디어 아버지에게 자신을 꿈을 말한다. 산림 경비원.
잭이 꿈꾸는 세상에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