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의미로 올드한, 고전 느낌이 물씬 나는 본격 미스터리입니다. 물론 1957년 출판된 작품이니만큼 실제 고전이라 말하는 게 맞겠지요. 이제는 잘 볼 수 없게 된 스타일이라 오히려 신선한 느낌입니다.
당뇨 합병증으로 입원하게 된 소설가 #오너캐 쓰노다는 병실에서 잠들면 계속해서 유령이 나오는 꿈을 꾸게 됩니다. 계속된 악몽에 뭔가 이상해 간호사들에게 이것저것 묻다가 이 방이 얼마 전 8천만엔이라는 큰 돈을 횡령했다 연인과 함께 자살을 꾀한 공무원이 입원했던 방이라는 것을 알게 되죠.
공무원은 자살했지만 8천만엔의 행방은 아직 묘연한 상태. 쓰노다는 자신이 꾼 꿈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 실제로 누군가가 유령을 빙자해 8천만엔의 단서를 쫓아 자신의 방에 침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고 아내 에쓰코, 친구이자 경시청 형사인 이시게와 함께 조사를 시작합니다.
최근의 미스터리 작품들은 뭔가 특수한 설정을 붙이거나 참신한 반전을 꾀하거나 아니면 호러 테이스트를 가미하는 등 뭔가 독자를 재미있게 하려는 요소를 집어넣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는 오히려 이런 식으로 순수하게 사건 자체에 집중하는 작품은 오히려 줄어든 느낌인데, 그렇기에 읽으며 간만에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 좀 들었습니다. 어렸을 때 읽었던 미스터리 작품들은 거의 이런 느낌이었거든요. 애거서 크리스티나 엘러리 퀸, 요코미조 세이시나 에도가와 란포 같은 작품들을 책장에서 다시 꺼내 먼지를 털고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는 작품이었습니다.
작품의 스토리가 탄탄하고 이야기도 짜임새 있습니다. 막 엄청난 반전이 있다고 하긴 뭐하지만 수사와 추리의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작품입니다. 다만 그 당시 작품들의 단점 역시 어느 정도 가지고 있긴 합니다. 지나치게 내용을 꼬아 버린다든지, 뜬금없는 범인이라든지. 1957년 작품이니만큼 당시의 여성관 같은 건 어느정도 감안하고 읽으셔야 합니다. 그래도 이 작품은 주인공의 부인이 적극적으로 추리에 참여하는, 당시 작품 치고는 꽤 진보적인 느낌이긴 합니다.
인물 관계가 상당히 헷갈리실 거라 인물표를 그려가며 읽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무척 재미있게 읽었고 이 시대에 나와도 손색 없는 작품이라 느꼈습니다. 다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은 아니며 어느 정도 고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더 재미있게 읽으실 수 있을 듯 합니다. 현대 미스터리만 읽으셨다면 한 번 도전해 보셔도 좋으실 겁니다. 추천합니다.
(출판사에서 제공한 도서를 읽고 리뷰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