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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 날들...
  • 정글만리 1
  • 조정래
  • 16,650원 (10%920)
  • 2013-07-15
  • : 27,847

 

  언젠가 꼭 읽게 될 책이란 걸 직감적으로 알게 될 때가 있다. 내가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어느 순간 내 손에 놓여질 이야기들. 자주 사람과 책의 만남이 운명같다 생각하지만 이 책 만큼 그 느낌이 강렬한 책은 드물었다. 길고 긴 추석 연휴의 어느날, 필연처럼 묵직한 세 권의 책으로 정글만리를 만났다.

 

  굵직한 한국 근대사의 이야기들을 훓어내는 작가 조정래. 그가 이제 현대 중국을 이야기 한다. 1990년대만 해도 낙후하고 지저분한 이미지가 전부였던 중국은 이제 g2로 떠올랐다. 급속한 변화의 중심에 서 있는 현대 중국. 그 변화의 중심에 뛰어든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이야기는 펼쳐진다. 한국 최고의 성형의 였던 서하원은 한번의 양악수술 실패로 궁지에 몰린다. 가진건 요즘 대세로 치는 성형술 뿐, 한류의 바람을 타고 그는 중국으로 떠나온다. 망망대해 중국대륙에 홀로 떨어진 그는 한국인 상사원 전대광의 도움으로 중국에 대해 서서히 인식하기 시작한다. 전대광의 조카 베이징대 학생 송재형, 전대광과 경쟁하는 일본인 상사 이토 히데오, 동양계 미국인 여성 사업가 왕링링 등을 중심으로 중국 속 보이지 않는 경쟁들이 촘촘히 전개된다.

 

  시대배경을 고스란히 녹여내는 작가의 노련한 솜씨 답게 이 책에는 현대 중국인들의 생각과 그 풍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중국인 특유의 '만만디'의 느긋한 성향, 이해할 수 없으리만큼 '돈'을 좋아해 돈 많이 벌라는 말을 최고의 축복이라 여기는 그들. 중국에서의 사업가, 상사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꽌시'라는 중국 관리의 '빽'이라는 게 너무나 당연히 되는 사회. 우리 사회의 잣대로만 평가하기엔 너무도 이상한 그들의 생각은 중국을 가장 중국답게 보여지게 한다. 사업에 있어서 꽌시(관리)의 관여가 너무도 크고 가끔은 비정상적으로 보이기도 했지만, 어쨌든 중국을 오늘의 g2로 만든 원동력은 그들의 손에서 나온 것임이 틀림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사를 잘 녹여내는 조정래 작가의 필력답게 중심인물인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의 모습도 흥미로웠다. 그는 베이징대 경영학을 전공하다 중국인 여자친구의 영향을 받아 중국사로 전과하여 역사의식을 가지는 인물이다. 비슷한 시기에 일본의 침입으로 아픔을 겪었던 중국 인지라 동질감이 많이 느껴지는 부분이 많았다. 송재형의 역사학도로서의 모습은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신채호 선생의 말을 책을 읽는 내내 떠올리게 했다. 경제성장과 머니메이킹에 온갖 관심이 쏠려있는 요즘, 과거를 잊지 않고 돌아봐야 한다는 송재형의 모습은 한국인 으로서 우리 조상들의 역사를 다시한번 되새기는 계기가 되었다.

 

  정글만리 세권의 책은 중국의 현재 뿐만 아니라 우리 한국인의 현재 또한 또렷히 보여주고 있다. 중국의 성장과 그에따라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야 한다고 부추기는 책. 그저 중국은 크고 넓다, 는게 아닌 그 속의 중국 사람들을 낱낱히 파헤치고 있다는 점에서 정글만리가 주는 울림은 생각보다 깊고 오래 간다. 단순히 나 하나가 아닌 우리 지역 사회, 그리고 우리 나라가 앞으로 다가오는 '중국 시대'에 어떻게 발맞출지는 우리의 '역사의식'에 달려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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