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1
눈부신 날들...
  • 사부님은 갈수록 유머러스해진다
  • 모옌
  • 9,900원 (10%550)
  • 2009-12-22
  • : 1,066

 작년 이맘때, 노벨문학상 덕분에 처음 알게 된 모옌. 수상 이후 상의 권위를 등에 엎고 그의 책이 쏟아져 나왔다. 서점 구석에 먼지를 뒤집고 쳐박혀 있던 그의 작품들은 탁탁 먼지를 털어내곤 매대 위에 올랐다. 이미 그의 입담을 알고 있던 사람들도 많았겠지만, 나와 같이 작년 하반기 이후로 그의 이름을 자주 들어본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그 상이 주는 후광 처럼 왠지 어려운 작가 일듯한 느낌이 호감보다 먼저 찾아왔다. 조금 더 지켜보고 읽어 봐야지! 했던것이 해를 넘기고, 문학상이 머리에 지워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기억속에서 희미해져갔다. 그러던 중 서울국제도서전 리퍼브 도서들 사이에서 이 책은 다시 나를 향해 반짝였다. 

 

 

 장편소설은 부담스럽고, 어떤 작가의 '간'만 보고 싶을때. 그런때 집어 들게 되는게 단편집. 도서전 리퍼브 도서는 딱 이 간 보기에 적당했다. 가격도 부담스럽지 않고, 이야기 또한 안맞으면 몇개만 뽑아보면 되니까. 부담없이 사와서 또 부담없이 집에 쌓아둔것이 몇 개월. 넘치는 책을 곁에 두고 또 수많은 책을 사다 나르며 읽느라 몇 개의 계절을 넘긴 어느날, 바닥에 널브러진 이 '책'을 드디어 집어들었다. 그리고 주말을 통통하게 살찌웠다. 괜찮은 책을 사다가 집에 두면 '언젠가'는 그 책을 읽게 된다! 는 나의 평소 책 구매론을 더 단단하게 만들어줬다. 그의 재치와 입담에 주말내내 나는 꽤 괜찮은 오후들을 보냈다. 

 

 

 책은 꼭꼭 채운 세 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모옌이 노벨문학상을 받고 나서 어느 포스트에서나 볼 수 있었던 그의 '입담' 이라는 단어를 책을 읽자마자 피부로 느꼈다. 그는 중국 보통 사람들, 혹은 그들이 일컫는 '인민'의 삶을 정말 또렷하게 그려내고 있었다. 숙련노동자로 일하다 명예퇴직 직전에 해고되고 밥 멀이가 막막한 '딩 사부'와 어린 나이에 이미 끼를 가져 수많은 암소에게 씨를 뿌린 수소 '솽지'의 눈물나는 거세 수기, 곱사등이지만 운동에 있어선 으뜸인 주충런. 나열하고 보면 정말 특이한! 이 들의 이야기가 세 단편 속에 꽉 차 있다. 

 

 

 어떤 인물의 이야기를 뒤따라 가다가, 아니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 하니 하며 중간에 쑥 끼어들어 주르륵 이야기 속의 다른 이야기를 쏟아내는 품이 마치 옛날 할머니 이야기를 듣는 것 같다. 그러면서도 중심 이야기의 축으로 잊지 않고 돌아오는 모옌의 솜씨에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다. 이 작가는 중국의 작가 일 수 밖에 없는 이야기들이 세 단편 속에 꽉 차 있다. 모옌 이라는 소설가의 이름보다는 '중국 인민'의 모습 이라 칭해도 좋을 듯 하다. 도서전에서 이 책을 집어 오면서 괜찮으면 문동에서 나온 '열세걸음'도 사서 봐야지, 했는데 아마 내일 당장 구매 버튼을 누를 듯 하다. 

 

 

 노벨상 작가들은 어렵기만 했던 예전의 기억들을 조금씩 걷어가는 요즘. 마리오 바르가스 요사, 모옌 등등의 노벨문학상이 집어주는 작가들을 따라 읽어가는 재미가 점점 차오른다. 이 기세를 몰아 이번 년도 수상자인 앨리스 먼로의 책들도 꼭 접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