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이 출간될 땐 시큰둥 했던 것이 사실이다. '허삼관 매혈기'를 읽다 초반에 때려치운 나의 편견은 '이 작가의 책은 어렵다' 라는 인식에 멈춰 있었다. 게다가 대학 교양 시간에 조금씩 주워 들은 문화대혁명이나 중국을 비추는 뉴스엔 항상 등장하던 마오쩌둥 사진 등등 중국이 풍기는 이미지는 대략 '유쾌하지 않다'가 전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바구니에 책을 담고 결재를 훅훅 해치운 패기(?)는 믿을 만한 서재생활자들의 '추천' 마크에서 비롯되었다. 나보다 눈썰미 있는 이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좋아요! 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을 것이란 믿음.
믿음은 깨지지 않았다! 10꼭지로 깨알같이 구성된 이 책은 하루에 한꼭지씩 섭취하기 딱 알맞은 분량 이었다. '허삼관 매혈기'를 왜 읽다가 때려치웠을까 하는 후회가 머릿속에 가득했다. 나는 왜 이리 진득하지 못했던가. 노란색 표지의 이 책을 숄더백이 터지든 말든 가방에 넣어 다니며 틈날때마다 꺼내봤다. 그의 글은 생각했던 것만큼 학구적이지도, 어려운 말들을 줄줄 늘어놓지도 않았다. 그간 왜 위화의 글들은 어렵다고 생각했을까. 그건 아마 중국이라는 나라 자체에 대한 느낌을 그에게 덮어씌운 탓 인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10개의 소재들은 각각 중국을 너무 잘 보여주는 소재였다. 특히 마지막 두 꼭지인 산채와 홀유는 중국인만이 가질 수 있는 정서를 다른 문화의 사람들이 충분히 이해하기 좋게 씌어진 꼭지 였다. 오! 이럴 수도 있다니 책장이 넘어가는 줄도 모르게 중국에 홀랑빠졌다. 이 사람들의 사고는 신기, 그 자체였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그의 생각은 '경고' 같았다. 언제 터질 지도 모르는 시한폭탄 같은 문제들을 품고 시간을 견뎌내는 중국이라는 나라에 대한 경고. 그의 시선 속에 중국은 따뜻할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 삐딱 했다. 뭔가 정상적이지 않은 상태속에 있는 듯한 느낌. 문화대혁명 이후의 빠른 경제성장과 그로 인해 나타나는 여러 문제들이 중국 사회 자체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여기서 조금 더 진행되면 뭔가 '다른'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 위화는 중국에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지극히 단순한 언어와 차분한 이야기로. 그리고 그 단순한 이야기들에 푹 빠져 중국을 새로운 프레임에 넣고 보게 됐다. 이 작가는 정말 물건이구나! 정말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