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퀴즈>
퍼즐 맞추기, 십자말풀이 포함 퀴즈나 수수께끼를 좋아한다. 학생 때 동아리에서 재미 삼아 퀴즈 '놀이' — 정말로 시시껄렁한 놀이 — 를 했을 때 빠른 속도로 정답을 맞히는 나를 보고 나중에는 팀 파트너도 놀랐던 기억이. 후후훗.
2023년 일본추리작가협회상 수상작이고 '추리'에 꽂힌 나는 안 그래도 좋아하는 퀴즈(퍼즐) 소재이기에 두근두근 책을 펼쳤다. 한데 추리물도, 미스터리도 아닌 퀴즈 덕후의 성찰기랄까. 그야말로 "퀴즈 덕후의 순정"에 관한 이야기다.
모든 기를 동원하여 문제 유추하기, 버튼 누르기의 절묘한 타이밍, 필사적인 정답 찾기 과정 등 덕후 아니면 표현하기 힘든 미묘하고 섬세한 퀴즈 테크닉이 미시마 레오와 혼조 기즈나를 통해 펼쳐진다. 후반부에 뻔하지만 살짝 감동적인 연출도 있는데 역시나, 장르 속성답게 '반전'이 있다. "인생이라는 정답 없는 퀴즈"를 풀어간다라, 멋진 표현이다. 인생은 좌충우돌의 연속이고, 타이밍이며, 답을 찾는 과정이고, 틀려도 끝이 아니니까.
<29초>
주인공이 순진한 건지, 눈치가 없는 건지.... 읽을수록 고답으로 목이 막힌다. 오랜 시간 참고 살아 온 약자의 처지는 이해한다. 한번 어그러지기 시작한 인생의 조각은 나비의 날갯짓이 되어 삶이 소용돌이 치고 의도대로 되는 일도 없으니까. 하지만 십 대 시절 질풍노도를 겪은 후 착한아이 증후군(+가스라이팅)에라도 걸린 건지 세라의 나이브한 사고, 대책 없는 행동에 짜증이 스멀스멀. 아니야. 소설이니까 속 편하게 책장 팔락이며 구시렁거리지 나였어도 사고 정지가 왔을 거야, 생각하면서도 상황도 인물도 다 너무 답답. 단지 남녀 대결 구도를 만들기 위한 캐릭터 소모는 아닌가 싶고, 러시아 '마술사'는 굳이 왜 등장한 건지? 폼은 다 잡더니 자기는 할 일 다 했다?? 아무래도 작가는 통쾌한 반전을 위해 밑밥을 까는 것 같지만 사태가 이 지경인데 주인공은 사태 파악이 안 되는 것 같아 또 답답.
결국 사이다를 주긴 한다. 김이 다 빠지고 그마저도 타이밍이 너무 늦어서 문제지. 난 이미 목이 메어 쓰러졌다.
<올빼미는 밤에만 사냥한다>
초반, 미스터리한 커플과 오컽트스러운 전개, 노르딕 스릴러, 무엇보다 형사가 등장하는 수사물이라는 점에서 흥미가 일었으나 레이먼즈?? 라몬즈 아닌가? 외래어 표기법이 어찌 되는지 몰라도 전설의 펑크록 밴드 '레이먼즈'라니. 너무 평범해져 버렸다.
노르웨이의 지독한 추위에 뭉크 형사는 선조들에게 원망 섞인 한탄을 한다. 이 얼마나 "역사적인 실수"인가. 무슨 생각으로 이렇게 햇빛 한 줌 안 드는 척박한 곳에 터를 잡았냔 말이다. 그래 춥겠지. 엄청. 하지만 노르웨이는 석유가, 석유가 있잖아. 바이킹의 선견지명이여. 이 책, 유전 발견 전에 나온 소설인가.
이 소설은 '미아 & 뭉크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이다. 첫 번째 작 <나는 혼자 여행 중입니다>를 읽지 않은 상태지만 <올빼미는>을 읽는 데 지장은 없는 듯하고, 다음 작이 <사슴을 사랑한 소년>인 걸 보면 마약, 오컬트, 자연(동물)이 시리즈 테마인가 보다. 미아 형사는 어떤 과거를 지나왔길래 저렇게 '각성제 인간'으로 묘사하는 걸까. 형사로서 타고난 감, 일종의 신기를 메타포로 표현하는 건지 의식과 무의식을 약을 통해 넘나드는데 괜찮은 건가 쓸데없이 신경 쓰인다.
<펫숍보이즈>
영국 신스팝 듀오 Pet Shop Boys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 때문에 뭘까 싶어 고른 책. 제목 그대로 펫숍을 무대로 귀여운 일러스트가 함께 펼쳐지는 일상 힐링물이랄까. 이런 펫숍만 있다면 세상이 좀 더 아름다울 텐데! 4만 년 전, 회색 늑대와 인간은 서로 길들이고 길들여졌다. 인간과 동물은 어떤 식으로든 관계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마지막 에피는 묵직하게 남는다.
----- 인간은 먹이사슬을 뛰어넘어서까지 다른 동물을 품에 안으려고 하는 습성을 지닌, 동물계에서 가장 외로운 생물입니다. (...) 펫숍은 친구 같은 반려동물과 함께 지내며 행복을 느끼는, 그런 인간이라는 동물을 돕기 위한 장소입니다. 그리고 인간으로서, 동물들이 정말로 행복하다고 느끼기를, 끊임없이 기원하는 곳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