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읽는/은 추리소설 초간단 정리.
<악의 심장>
초반, 각 챕터를 감질나게 끊으면서 밀당을 하는 패턴에 살짝 짜증이 나려는 찰나, 또 절묘하게 이야기를 풀어 줌. 하하. 근데 이 고비를 넘기고 읽다 보니 이젠 /그, 그들/이라는 번역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 직역으로는 맞는 번역이긴 한데 중간중간 /그, 그들/을 구체적으로 지칭하는 번역을 하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가 누구고 그들이 누구인지 첫 등장에 언급한 이후로 (원문대로) 대명사의 향연이라 나만 그런지 모르겠지만 좀 거슬린다. 어여 나머지도 읽어야지.
<심연 속의 나>
도나토 카리시 직품 치고는 싱겁다고도 할 수 있지만 개인적으론 (갑분영매의) <속삭이는 자>보다 좋았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인데 각색의 범위가 어느 정도인지 모르지만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이야기에서 ‘모성‘과 ‘본성‘, ‘아이러니‘를 곱씹다 보면 여흥만큼은 슴슴하지 않다.
<인 어 다크, 다크 우드>
10대 때 6개월 연애, 이후 10년간 소식 단절, 20대 중반 느닷없이 밝혀지는 이별의 비화로 이런 사달이 나려면 내밀한 무언가를 쑤셔내거나 송곳처럼 파고들어야 하는데 더듬더듬 동어반복의 향연에 남은 건 설익은 이야기와 인물만 덩그러니. 단편 정도의 줄거리를 억지로 단행본으로 출간하니 늘어지고 또 늘어져 있던 개성도 어둠에 묻힐 수밖에.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줘>도 그냥저냥 읽었는데 여기에 견주기엔 길리언 플린에게 실례 아닐지. 하물며 애거사 크리스티라니.
<그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명탐정의 제물>을 쓴 그 작가다. 다 읽고 알았다. 중반부로 접어들어 본격적으로 살인사건이 터지고 이후 죽었던 이들이 하나둘 살아나는데....엇, 이거 뭐야? 하다 읽다 보니 개인적으로 <명탐정>보다 재밌게 읽었다. 특유의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식의 전개는 여전한데 실없이, 어이없이, 실소를 흘리며 읽을 수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특수 설정으로 모든 것이 풀리는 미스터리. 아무도 죽지 않았으니 나름 해피엔딩의, B급 감성(혹은 병맛이라고 해야 할지) 결말까지 압권이다.
<살의의 대담>
<그리고 아무도>에 비하면 나름의 핍진성을 갖춘 추리물. 킬링타임용으로, TTS 노동서(?)로 듣기에 좋다.
<신의 숨겨진 얼굴>
<살의의 대담>처럼 각자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전개로 초반부터 감이 잡히는 줄거리긴 한데, 어떤 (어이없는, 좋은 의미로) 반전이 있을지도 모르니 쭉 읽어보자. 헉, 여기까지 적고 방금 알았다. <살의의 대담>을 쓴 작가구먼. 어쩐지 잡념의 만담화, 그러니까 의식의 흐름이 비슷하더라니.
이 외에 몇 권 더 있지만 생략…. 잡은 인문 교양서는 도파민 중독인지, 진도가 안 나가고 자꾸 (일본) 미스터리에 손이 간다. 본의 아니게 추리소설의 해 II가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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