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의 일생이 어땠는지 나는 전혀 모른다.
이 영화가 샤넬의 모습을 그대로 담은 것인지, 아니면 각색이 있었는지...
실제 인물을 다룬 영화지만 나에겐 샤넬이 실제인물이라는 느낌이 별로 없다.
영화는 샤넬이 고아원에 맡겨지는 날 부터 파리에 매장을 열고 디자이너로서 첫 패션쇼를 성공시키는 시기까지를 담고있으나 샤넬의 고난과 성공보다는 사랑에 비중을 둔 영화다.
샤넬은 패션으로는 그 당시 유행하던 격식을 깨고 단순한 디자인의 모자, 무릎길이의 짧은 치마, 트위드를 사용한 투피스 등으로 패션에서의 진보를 이룬 사람으로 알려져있다.
그런데 영화에서 보여주는 그의 삶은 그리 진보적이지 않다.
진보적이긴 커녕 적대감이 들 정도로 제멋대로이며 고집이 세고 거짓말도 잘 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나이 많은 귀족의 집에 식객으로 들어가 구차하게 버틴다.
프랑스 귀족들이 그 당시 시간과 돈과 노력을 모두 사교생활에 바치면서 성적인 자유분방함을 누린 것은 잘 알고 있었으나, 샤넬이 자신의 성공을 위해 그 상황을 이용하는 걸 보고있는건 정말 마음이 불편했다.
결국 샤넬의 성공은 정부의 돈으로 시작된 것이 아닌가.
샤넬 역을 맡은 오드리 토투는 <아멜리에>의 어린애같은 앳된 모습이 너무나 강하게 남아있었는데, 찾아보니 <아멜리에>는 2001년 개봉한 영화다.
이 영화에서 오드리 토투는 8년의 세월보다는 훨씬 오래 지난 듯한 나이든 모습인데, 불안하면서 자신의 처지에 만족을 느끼지 못하는 샤넬의 모습을 잘 보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