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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편집의 서재
  • 도서관 여행하는 법
  • 임윤희
  • 10,800원 (10%600)
  • 2019-05-04
  • : 1,423

개인적으로 도서관, 하면 떠오르는 장면이 있다. 책이 가득 찬 서가들 사이로 부유하는 마른 먼지는 햇빛에 반짝이고 창가 노곤한 바람에 살랑이는 흰 커튼 사이로 언뜻 책을 든 소년이 보인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러브레터>라는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이다. 아, 영화에서 또 하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장치는 그녀(또는 그)의 이름이 적힌 도서카드. 


개인사는 서가를 떠도는 마른 먼지만큼 건조해 비록 도서관이나 도서카드에 얽힌 말랑말랑한 추억은 없지만 여전히 내게 도서관이나 도서카드는 그 자체로 설렘을 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펀딩하면서 사은품으로 추억 돋는 도서관 대출카드를 마련한 출판사에 엄지 척. 덕분에 전 제 카드를 꺼내들... 아하핳.) 



여튼, 그 ‘도서관’을 여행하는 법을 '책 만드는' 도서관 덕후가 알려준다니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까 궁금했다. 그는 이 책에서 해외 도서관과 우리 도서관들을 두루두루 둘러보며 “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만들어 온 사람들의 꿈”을 살핀 이야기를 풀어놓았다. 신기하다가도 답답하고 부럽다가도 뿌듯하고 뭉클하다가도 아쉬운 마음이 절로 들게 하는 여운이 긴 이야기들이다. 


책을 읽으며 인상 깊었던 장면들이 여럿 있었는데 그중 ‘사서’라는 존재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볼 계기가 된 것이 개인적으론 가장 새롭다. 평소 ‘사서’라고 하면 책을 대여하는 과정을 돕고, 원하는 책을 쉽게 찾도록 도와주고,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필요로 할 책을 미리 갖추는 정도의 일을 하는 사람이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다. 막연한 생각이었으니 어떤 향기도 어떤 색깔도 없었음을 고백한다. 


그런데 이 책에서 만난 도서관 사서 선생님들은 도서관 문 닫을 시간 즈음 (아마도) 조용하고 차분할 목소리로 “몇 분 남았어요” 하고 알려주고, 아이들의 별별 호기심을 무심히 대하지 않고 “함께” 고민해주고 정보를 찾고 필요한 책을 알려주는, 신뢰감과 따스한 온기로 인생의 어느 한 부분을 함께할 수 있는 존재라는 생각을 일깨워주었다(그런 존재는 좀 더 적극적인 '나의' 노력을 통해 가능하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의 저자는 도서관을 “사회 구성원에 대한 믿음 그리고 책이 이들을 성장시키리라는 기대를 동시에 품고 있는 곳”이라고 정의하는데 그런 멋진 공간의 한 부분을 사서라는 ‘사람’이 가득 채우고 있다는 존재감이 새삼 대단하게 다가왔다고나 할까. 


도서관은 기본적으로 ‘책’이 중심인 공간이다. 우선 책이 있고, 그 책을 읽거나 빌릴 수 있는 공간이다. 중심이 ‘책’이라고 했지만 요즘은 도서관도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진화해 ‘사람’이 중심이 되어 문화, 예술의 터전이 되기도 하고 소통과 교류, 정보를 나누는 장(場)을 조성하기도 하는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스스로 자신을 도서관 덕후라고 말하는 그는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고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랄까. 또한 부유하든 가난하든 잘났든 못났든 늙었든 젊었든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그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실험이랄까. 도서관의 세계에는 그런 멋진 꿈이 있었다.”고 이 책을 통해 말한다. 요즘 말로 ‘심쿵’했다.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고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라니. 그런 멋진 사회 시스템으로서의 공간이라면 나도 좀 알아둬야지 싶은 맘이 절로 들었다. 응원도 좀 받고 환대도 좀 받을라고.^^; 무엇보다 이런 소중한 사회 시스템은 우리 구성원들이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고 함께 살피고 함께 고민해 함께 구축해 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한 시민이 어떤 앎의 세계에 진입하려고 할 때 그를 응원하고 격려하며 도움을 주는 시스템이 있다면 사회 전체가 더 나아질 것이라는 믿음이랄까. 또한 부유하든 가난하든 잘났든 못났든 늙었든 젊었든 장애가 있든 없든 간에 그 모두에게 열려 있는 공간을 만들고 어떻게 하면 그것을 유지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어렵지만 흥미진진한 실험이랄까. 도서관의 세계에는 그런 멋진 꿈이 있었다."- P13
질문이란 세상에 대한 호기심을 가진 사람들만이 갖는 특권. 동네 도서관에서 조카와 나는 사람들의 환대를 받으며 질문의 답을 찾는 길을 안내받았다.- P23
가끔은 조심스러운 마음과 호기심을 동시에 품고 도서관을 어슬렁거리는 이들에게 말 걸고 싶다. 삶이란 그렇게 소소한 것들이 켜켜이 쌓여 구성된다. 도서관에서의 시간도 그러할 것이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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