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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습관을 고치다
  • 백의 그림자
  • 황정은
  • 10,800원 (10%600)
  • 2010-06-25
  • : 7,372
어떤 말로 시작해야 하나. 이 느낌을 언어로 정확히 전달하기엔 내 표현이 한참 모자랄 텐데. 황정은 작가를 알게 되고 팬이 되었다. 애정하는 작가들이 여럿 되지만 그 중에서도 아마 오랫동안 우위를 차지하게 될 것 같다. 두 주인공이 정말 청순하고 착하다. 착해서 싫고 답답하고 짜증나는 게 아니라 착해서 예쁘고 사랑스럽고 보는 사람까지 덩달아 따뜻해지고 행복해지는 그런 착함이다. 착한 것이 이 정도로 강한 매력이 될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었는데. 뜻밖이다. 배우고 싶어졌다. 그런 마음을. 그런 시선을.

현실은 점점 더 잔인해지고 난폭해졌고 사람들은 밀려나고 상처 입고 잊혀져 사라진다. 멀리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서 더 와 닿은 것이겠지. 소박한 사람들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로만 읽어도 무방하다. 감동은 결코 적지 않다. 소설이 짚고 있는 윤리성에 눈이 번쩍 했다. 그냥 흘려보내고 말았던 것에 눈을 맞추게 한다. 그림자가 일어선다는 은유엔 깜짝 놀랐고. 인간성의 균열이나 무너짐으로 인해 생겨난 고통을 상징하는 것이라고 본다. 자꾸만 두 사람의 대화와 모습이 가만히 떠올려진다. 조심스럽게 천천히 가까워지는 그 모습에 내 맘이 다 설렜다. 서로에게 그런 존재가 되어 같이 걸어가는 게 사랑이겠지. 험한 세상에서 작은 위로가 돼 줄 사람을 다들 갈망한다. 이해하고 싶고 이해받고 싶고 애틋하게 서로를 쳐다보는 눈길을 나눌 수 있는 진실된 누군가를 꿈꾸게 만든다.

평생 살면서 누군가를 진짜 사랑하는 경험은 분명 드문 일이다. 의미 있는 일이고. 하지만 자주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내 삶에선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믿고 싶어졌는지 모른다. 이 이야기를. 보잘것없어 보여도 가진 것이 많은 사람들이 있다. 내적으로 풍요로운 사람들이 진짜배기다. 외적인 것에 흔들리고 혹하기 쉬운 세상이지만 그 대척점을 생각하고 바라보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무엇이 궁극적으로 옳은 것인지 가리킨다. 나는 배웠다. 인물들의 정서와 태도를 통해서 드러난 감정과 나를 둘러싼 세상이라는 시스템의 폭력성이 과연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를 말이다. 역시 문학은 강력하다. 고작 느낄 뿐이지만 느낀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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