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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습관을 고치다
7년의 밤
거친아이  2014/06/06 22:40
  • 7년의 밤
  • 정유정
  • 16,650원 (10%920)
  • 2011-03-23
  • : 42,548
모처럼 이야기에 푹 빠져서 시간가는 줄 모르고 책장을 넘겼다. 소설의 세계, 이야기의 힘이란 정말 대단하다. 그냥저냥 미루다 이제서야 뒤늦게 읽게 됐지만 더 늦었다면 큰 아쉬움으로 남을 뻔 했다. 진즉에 읽었어야 했다. 이 소설에 쏟아진 찬사에 충분히 공감한다. 강렬하며 촘촘하고 단단하다.

어떻게 7년의 밤이 시작되고 끝나는지를 이야기는 말한다. 살인자가 있고, 그의 어린 아들이 있고, 막강한 상대가 있다. 되돌릴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벌어진 명백한 실수가 있고 나약해서 고백할 타이밍을 영원히 놓쳐버린 한 사람이 있다. 그 사건으로 인해 삶이 얽히고 무너진 것이다. 하지만 그도 살인자 이전에 누군가의 아버지이자 남편인 것이다. 이 사실을 잊어버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밀려드는 후회와 자책의 시간 속에서 절망하고 불안에 떨며 괴로워한다. 그 기분이 어땠을지 감정이 이해가 된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우린 모두 비슷비슷한 존재들이니까. 때론 잘못인 줄 알면서도 저지르기도 하니까. 저지른 후에야 비로소 잘못이라는 뒤늦은 깨우침이 오기도 하니까. 슬펐지만 슬프지만은 않아서 좋았다. 그래도 몇몇 대목에선 울컥했다. 재밌다는 말이 너무 단순한 표현이지만 몰입도가 높고 흥미진진하며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정신 못 차릴 정도는 실로 오랜만에 만난 경험이었다. 꼼꼼하게 취재하고 공부해서 쓰는 소설은 아무래도 사실감이 더 부여된다. 아귀가 착착 맞물려 돌아가는 이야기에 감탄했고 작가님에게 경의를 바쳤다. 완벽하다. 어둡고 깊은 얘기에 맘이 대책없이 끌리는 걸. 여운이 길다.

커다란 마음의 상처는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렵다. 그래서 말할 수 없는 비밀이 된다. 감정을 숨기고 만다. 사연 없는 사람이 없다. 누군가를 감히 이해한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나만의 오해일 수도, 착각일 수도 있으니. 쉽게 손가락질 하고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한번 들여다보는 시도를 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해본다. 아들을 지켜내고 위험으로부터 막아내려는 아버지의 그 마음을 생각할 때마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뜨거운 것이 솟구친다. 최현수, 최서원, 안승환, 오영제. 네 사람을 쉬 잊을 수 없다. 가슴에 콕 박혀버렸다. 각별하다. 왜 이 소설이 이 정도로 좋은지는 더 생각해봐야겠지만 무엇보다 감흥이 컸고 진실한 감동이 와 닿았기 때문일 테다. 이 맛에 소설 읽는거지 하는, 바로 그 맛 말이다. 정신 나간 사람처럼, 멍해가지고 소설의 이런저런 대목을 생각했다. 잔상이 금세 사라질 모양은 아니다. 이 느낌이 싫지 않다. 소설을 본다 해서 매번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란 걸 잘 알고 있으니까. 핵심이 살아 있고 쭉쭉 치고 나가는 글솜씨를 느끼실 수 있으실 터. 이건, 꼭 읽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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