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 해 동안 이래저래 마음에 부침이 많았다.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라고 하더니, 상황은 변하지 않았지만 마음은 조금 덜 지옥이다.
그간 책도 거의 안 사고 도서관에 가서 신간 코너를 기웃거리다 눈에 들어오는 것들만 가져와서 읽으며 지냈다. 중고책 팔러 왔다가 이웃 서재들을 둘러본다. 알라디너들의 깊고 넓은 독서의 바다를 흘러다니다 메모장을 켜서 적게 된다. 혹 하는 책들에 간만에 신이 난다. 신간 코너에서 맘에 드는 책이 없어서. 검색대 앞에 섰지만 적어둔 책도 없고 떠오르는 책도 없어서 당황스러웠던 몇 달이었다. 읽고 싶은 책을 잔뜩 적어두고 나니 먹을거리를 잔뜩 쟁여둔 것처럼 든든하다.
그래, 조금씩, 더딘 독서를 하자. 후루룩 대충 삼키는 것들만 읽었더니 어쩐지 갈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