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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곰의 서재
  • 사회과학책 만드는 법
  • 김희진
  • 9,000원 (10%500)
  • 2021-04-04
  • : 358

의외로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정색하고 정독함. 내가 하는 일과 겹치는 부분이 많아서이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꼭 같은 일을 하지 않더라도 세상 모든 일과 생활을 관통하는 가치는 동일하기 마련이다. 엄밀한 의미에서의 사회'과학책'은 아니고 우리가 익히 접하는 사회서나 인문 교양서를 만드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 


편집자라는 직업을 통해 겸손함과 덜 꼰대스러움을 얻었다고 하는 부분이 특히 좋았다. 오랫동안 일하고 그것을 얻었다면 좋은 직업이지 않은가.


좋은 기획자는 대체로 좋은 독자다. ... 문제 의식이 분명할 뿐 아니라 사회 여러 이슈에 관심을 갖고 책과 다른 매체를 왕성하게 소비한다. 그 책이 왜 좋은지 어떻게 과대평가 혹은 과소평가되는지에 대한 자기 기준과 언어로 설명할 수 있다.

편집자는 기본적으로 섬세하고 신중하다. 공장에서 상품을 찍어 내는 종류의 일이 아니라 타인의 이야기를 듣고 읽고 잘 소화해서 더 잘 전달되도록 하는 일이다 보니 조심스럽고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게다가 이 일은 정말로 '좋아하지 않는'사람이 진입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가끔씩 매너리즘에 빠지는 경우는 있어도 애초에 영혼 없이 일하는 사람도 드물다.

기존의 세계관이나 상식으로 분별하기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서둘러 부정하고 비난하기보다는 그것이 '있다'는 사실에 좀 더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만드는 책이 읽히는 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설계하고 전략을 짜고 조준을 하지만 정작 읽히지 않는다고 해도 독자를 탓할 수는 없는 것이다. 나는 이런 편집자의 소양이 개별 인간으로서의 삶에도 도움이 되었다고 믿는다. 나는 독자들의 오해, 독자들의 선택, 혹은 독자들의 영광을 두고 그것을 가치 판단하기보다는 그것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는 훈련을 해 온 것이다. 이런 훈련이 없었다면 나는 지금보다도 훨씬 더 꼰대 같은 인간이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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