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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화의 書齋
56
엄동화  2022/06/26 16:04

 

 

 

이 글은 순수한 허구이므로, 본 내용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국가, 배경, 도시 등은 모두 사실과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19>의 내용도 있으므로 읽으시려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第 三 部

 

 

 

 

 

 


 

 

 第 二 章  

  
 "내가 말하고 싶었던 <아버지>란 이상적인 존재였어요. 그러니까 다른 세상을 격자(格子)를 통해서 들여다 봤을 때, 그곳에 있는 아버지는 자식들을 사랑하는 자상한 부르주아(bourgeois)로, 학교의 교장 같은 사람이라거나, 혹은 신부(神父) 또는 경찰이 되기도 했었고, 때로는 교도소장이 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마지막에는 장군<將軍-스트로에스네르(Alfredo Stroessner)>이 되기도 했었는데, 그 장군(將軍)은 우리가 꼭 한번 봤던 적이 있었어요. 그때 우리는 시골에 다녀와서 경찰에 붙들렸는데, 그때 장군(將軍)이 그곳에 들렀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창살을 통해서 그를 봤던 적이 있었죠!"
  "음, 그랬었군! 근데 나도 곧 아버지가 될 거네! 그래서 자네처럼 격자(格子)나 창살을 통해서가 아니라, 직접 그 아이를 안아보고 싶어. 그래서 그때까지는 꼭 살아 있고 싶어."
  "그럼 예정일은 언제입니까?"
  "정확한 것은 모르지만, 약 5개월 정도 남았다고 알고 있네!"
  "그럼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그 안에 어떻게든 돌아가게 될 거니까!"
  "그야 뭐, 자네들이 나를 그때까지 죽이지 않으면 그렇겠지!"

 하지만 <아키노>는 그 말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찰리>는 그런 그를 보면서 지극히 현실주의자라는 생각을 잠시 했는데

 그러자 또 잠시 후에 <아키노>가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죽음에 관한 시(詩)를 엄청 많이 썼어요! 그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리프레인> 하나를 소개하면 이런 것이었죠! <죽음이란 흔하디흔한 잡초(雜草) 같은 것 / 그러므로 비(雨) 같은 것도 필요 없다네> 하지만 <레온>은 너무 평범하다고 지적을 했습니다만, 그러나 <죄는 구별이 있어도 / 삶은 평등하다>라는 것은 좋아했어요. 그리고 또 한 가지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은, 정확한 의미는 나 자신도 잘 모르고 있지만, 어쨌든 <죽음이 아직 그 혀(舌) 끝에 있을 때까지는, 사람은 삶을 말하는 법이다>라는 것입니다."
  "음, 죽음에 관해서 관심이 많은가 보군?"
  "네, 제가 쓴 시(詩)는 거의가 죽음에 관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는 사람이 시(詩)를 쓸 때는, 그 주제가 두 가지밖에는 없다고 보는 거죠! 사랑이냐, 죽음이냐!"
  "하지만 나는 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죽고 싶지가 않아!"
  "네, 나도 <세뇨르 포트남>의 행운을 빌어주겠어요! 하지만 사람은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 역시도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서 차에 치여서 죽는다든지, 아니면 열병(熱病)에 걸려서 죽는다든지, 아니면 총에 맞아서 죽는다든지... 하지만 그 모든 것들도 명예(名譽)로운 죽음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자네들은 꼭 나를 죽일 생각이란 말인가?"
  "그러니까 지금으로서는 우리도 별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 같아요. 하지만 방금도 말했듯이, 그 모든 것도 다 명예로운 것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결코 잔인하지는 않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가 <세뇨르 포트남>의 손가락을 자르는 일은 하지 않을 테니까요!"
  "하지만 손가락 두세 개정도 자르는 것이 더 낫지 않은가? 그래도 목숨은 건질 수가 있으니?! 그러니까 뭔가? 자네들에게는 사람의 목숨보다는 손가락이 더 중요하다는 그런 말인가?"
  "그런 것보다, 나는 당신이 고통을 얼마나 무서워하는지를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고통이란 것이 사람을 어떻게 만드는지 잘 아시잖아요? 그리고 사람은 언젠가는 죽는 것입니다. 거기다 또 신부(神父)의 말이 사실이라면, 사람은 죽어서 영생(永生)을 얻게 된다고 했는데, 그때는 그 고통이란 것도 전혀 없다고 했던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죽이는 것이 오히려 그 사람의 명예(名譽)를 지켜주는 것이고, 그것이 또 그 사람을 영생(永生)으로 인도하는 일이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오히려 당신을 그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당신들은 감옥에서 고문을 당했을 때, 그때도 그 <사후(死後)의 세계>에 대한 확신이 있었던가? 그렇다면 그때, 왜 당신들은 그런 명예(名譽)로운 길을 가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 있는 것이지?"
  "아니죠! 그때는 죽음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었지요!"
  "그러면?..."
  "네, 그때는 오로지 고통뿐이었습니다."

 그러자 <찰리>가 기가 찬다는 듯이 고개를 돌려버렸다.

 그리고 잠시 후, 천천히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영국에는 이런 말이 있네. 그러니까 <내손 안에 든 한 마리의 새가 숲 속의 두 마리 새보다 낫다>"
  "그래서요?"
  "그러니까 나는 그 <숲 속의 두 마리 새> 같은 <사후(死後)의 세계> 같은 것에는 관심이 없다는 말이네. 그래서 내가 원하는 것은 다만, 내 아이가 태어나는 것을 보고 그리고 언제 죽을지는 알 수 없지만 그때까지라도 그 아이가 커가는 것을 옆에서 지켜보고 싶은 것 뿐이라네."
  "하지만 세뇨르 포트남! 그 사이에 무슨 일이 어떻게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 중에 그 아이가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이런 동네에서는 아이 하나 죽는 것은 일도 아닌데, 아무튼 당신이 암(癌) 같은 것에 걸려서 고통을 받으며 죽어갈 지도 모르고, 당신의 부인이 당신을 배신해서 당신이 고통을 받게 될지도 모르는 것입니다. 그리고 물론 재수가 없으면 길을 걷다가도 어디서 날아온 총탄에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고요!"
  "그래서 꼭 나를 죽여야겠다는 말인가?"
  "아, 진정하시고, 나의 말을 잘 새겨보십시오."
  "그럼, 자네 결혼을 했는가?"
  "뭐, 정확히 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하지만 나는 두 번이나 결혼을 했네! 처음에는 뭐 그랬지만, 그러나 지금은 달라! 어떤가? 내 마누라 사진이라도 한번 볼 텐가?"

 그리고는 <찰리>가 자신의 지갑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는데, 그것은 <클라라>가 <포트남의 프라이드(pride) 호(號)>의 운전석에 앉아서 찍었던 컬러사진이었다. 그러자 또 <아키노>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아주 미인이군요?"
  "하지만 실제로는 운전은 할 줄을 몰라!"
  "근데 색이 조금 이상하군요? 바탕색이 약간 푸른빛이 도는 듯도 하고, 초점도 잘 맞지 않는 것 같고..."

 그러자 <찰리>가 사진을 받아서 지갑에 다시 넣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어쨌든, 자네의 죽음에 관한 시(詩)는 꽤 괜찮은 것 같네!"
  "아, 어떤 거요?"
  "아, 나는 자네만큼 기억력이 없어서... 근데, 내가 죽고 나면 사체(死體)는 어떻게 처리할 생각이지?"
  "네?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내가 죽고 나면 사체를 처리해야할 것이 아닌가? 그럼, 그런 계획도 없이 나를 죽이려고 했단 말인가?"

 그러자 <아키노>가 갑자기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무슨 그런 유쾌하지 않은 이야기를 하십니까?"
  "뭐? 그게 또 무슨 소린가?"
  "네, 나는 오로지 죽음에 관한 글만 쓸 뿐입니다. 그러니까 위대한 추상(抽象)으로서의 죽음에 관해서만 쓸 뿐, 죽음에 관한 구체적인 것은 쓰질 않아요!"

 그러자 또 <찰리>가 <아키노>를 심각한 모습으로 쳐다보다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니까 런던에서는 말이야... 그 사람들은 나의 얘기 같은 것에는 관심도 없을 거네!"

 하지만 <아키노>는 그 말에 관심이 없었던지, 아니면 듣고도 모른 척하려고 그랬던지 이렇게 말을 했다.

  "<죽음이란 흔하디흔한 잡초(雜草) 같은 것 / 그러므로 비(雨) 같은 것도 필요 없다네> 이게 마음에 드는가요?"

 그러자 또 <찰리>가 마치 맞장구라도 쳐주겠다는 듯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래, 그거야, 바로 그것! 이제야 생각이 나는군! 하지만 <아키노>! 그 시가 좋기는 하지만, 그러나 인간이라면 최소한의 위엄(威嚴)이라도 가지고 죽어야 하지 않겠나?"

 그러자 <아키노>가 무슨 생각이 있었던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아키노> 이제 같이 술도 한잔했고, 깊은 이야기도 나누었는데, 그러니 이제부터는 나를 <찰리>라고 불러 주게!"
  "아, 그러죠 <찰리>!"
  "그런데 나는 이런 꼴로 남들에게 발견되기는 싫군?"
  "아, 어때서요?"
  "봐, 꼴도 더럽고, 수염도 깎지 않고..."
  "그럼 세수라도 좀 하실래요? 면도도 좀 하시고..."
  "면도기는 있는가?"
  "<질레트(Gillette-안전면도기의 상표명)>는 있습니다만..."
  "<질레트>?"
  "네, 그래도 잘 깎여요!"

 하지만 <찰리>는 그러던 중에도 그곳에서 탈출할 생각만 하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가위라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또 <아키노>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가위는 있는가?"
  "그건 <레온>에게 먼저 물어 봐야 하는데..."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생각했다.

 < 그것도 안 된다면 끝이 뾰족한 것이라면...>

 그래서 또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마누라에게 편지를 한통 쓰고 싶은데, 종이와 쓸 것을 좀 가져다줄 수 있겠나?"

 그리고는 술에 취했던지 부주의하게 벽을 쳐다봤다. 그것은 또 그 벽의 몇 군데가 허술하게 보이고 있었기 때문에, 그래서 또 <아키노>가 연필이든, 볼펜이든 가져다 주기만 하면, 그래서 또 잘하면 그것으로 벽을 뚫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자 또 <아키노>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볼펜을 줄까요? 그런데 <레온>에게 허락을 받아야 하는 건 아닌지?..."

 그리고는 자신의 주머니에 넣어 두었던 볼펜을 꺼내서 심각하게 보고 있었다.

 그러자 또 <찰리>가 마치 그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 듯 재빠르게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그 정도야 뭐 별 문제가 있겠어? 그리고 자네도 잘 알겠지만, 나는 그 신부(神父)와 함께 있으면 괜히 긴장이 되어서 말이지!"

 그러자 또 <아키노>가 주의를 준다는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음, 하지만 그 편지는 일단 우리에게 먼저 검열을 받아야 한다는 것은 알고 있죠? 쓸데없는 것을 써서 우리를 곤란하게 만들면 안 되니까!"
  "물론이지! 그리고 술을 한잔 더 하겠는가?"
  "설마 나를 취하게 만들려고 그러는 것은 아니죠?"
  "아니야, 내가 한잔 더 하고 싶어서 그러지! 편지를 쓴다고 생각하니 갑자기 흥분이 되어서 말이지!"
  "아, 그래도 많이 취하면 안 되는데?..."
  "내일 일은 내일에 맡겨라! 어떤가? 성서에도 그와 비슷한 말이 있지 않나? 어째 자네와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도 문학적이 되는 것 같은데, 아마도 술의 힘 때문이겠지? 그리고 사실 내가 마누라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네. 그동안은 한 번도 떨어져있었던 적이 없었거든!"
  "아마 종이가 어디에 있을 거요!"

 그러자 <아키노>가 이렇게 말을 하고 그 방을 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에 편지지 5장 정도를 가져와서 <찰리>에게 주었다.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장 수를 확인했는가?"
  "쓸 만큼 쓰시고, 나머지도 모두 반납하면 됩니다."
  "아, 고맙네! 그럼, 손이라도 좀 씻게 물을 좀 떠다 주겠나? 더러운 손으로 만졌다가 편지지가 더러워지면 곤란하니까?"

 그러자 이번에는 <아키노>가 약간 불만어린 눈으로 <찰리>를 보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뭐, 요구하는 것이 많구먼? 여긴 호텔이 아닌데 말이지?!"
  "아, 그것 가지고 뭘 그러는가? 여기가 호텔이었다면 내가 그 정도로 하고 말겠는가? 그나 저나 자네는 술이나 한잔 더하지 그래?"
  "아, 됐소!"

 그러자 <아키노>가 이렇게 말을 하고는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물을 가지고 다시 돌아오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문을 좀 닫고 나가주겠는가? 저 <인디오>의 감시하는 눈길이 부담스럽구먼?"

 그러자 <아키노>가 뭔가 이상하다는 눈치를 보이면서 문을 닫고 나갔다. 그러자 <찰리>는 마치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 얼른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는 그 벽에 물을 뿌리고는 볼펜 끝으로 조금씩 벽을 파기 시작했다. 그리고 약 15분쯤 지났을 때, 바닥에서 벽에서 떨어져 내린 부스러기가 쌓여갔고, 벽에도 조그마한 구멍이 될 홈 하나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자 <찰리>는 힘에 겨운 듯 구멍파기를 멈추고 혹시 누가 들어와서 자신이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지 들킬까봐 그 앞에 의자를 가져 와서 가리고 그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는 볼펜을 물로 씻은 후, 편지를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또 만약에 나중에라도 <아키노>가 다시 그 방으로 들왔을 때, 그동안 자신이 편지를 쓰고 있었다는 일종의 증거물로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 나의 예쁜 클라라에게...>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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