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순수한 허구이므로, 본 내용에 등장하는 인물이나, 국가, 배경, 도시 등은 모두 사실과 관계 없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19>의 내용도 있으므로 읽으시려는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第 三 部

第 二 章
그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에 <찰리>는 잠시 깊은 잠에 빠졌다. 하지만 꿈같은 것은 꾸지 않았고,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비교적 맑은 정신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그때 그는 <레온> 등이 있었던 옆방에서 들려오던 라디오에서 자신의 이름이 계속해서 호명(呼名)되던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아나운서는 그가 <로사리오>에서 사라졌던 것으로 생각된다는 이야기를 계속해서 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그 아나운서는 그를 납치한 자들이 당국(當局)에 자신들의 조건을 수락할 시간을 4일을 주었다고 했으며, 그리고는 그 하루가 이미 지났다고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자 그는 또 이렇게 생각을 했다.
<아마도 지금쯤 클라라도 저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닥터 에드도 저 소식을 들었을 것이다. 그러니 닥터 에드가 클라라에게로 가서 클라라를 좀 안심시켜주면 좋겠는데. 아니, 분명히 그렇게 하려고 클라라에게로 갔을 것이다. 그리고는 클라라를 안심시키려고 노력했을 것이다. 그러면 그가 클라라에게 어떻게 말을 했을까? 어쩌면 내가 죽더라도 클라라는 괜찮을 것이라고 말을 했을까? 그러나 클라라는 그런 에드의 위로에도 대단한 충격을 받았을 것이 틀림없다. 그것은 또 내가 만약에 여기서 죽는다면 클라라는 다시 그 세뇨라 산체스의 집으로 돌아가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하지만 그것은 클라라가 제일로 싫어하는 일 중 하나다. 그러니까 클라라가 나와 결혼하려고 했을 때, 그것도 이유 중 하나였기 때문에...>
그는 여러 가지의 가능성들을 추측해보면서, 오직 <클라라>가 불행해지지 않기만 바란다는 쪽으로 생각을 이어갔다. 그런데 그때, 라디오에서는 자신의 이야기가 끊어졌고, 이어서 <유럽>으로 원정을 떠났던 <아르헨티나> 축구 팀에 관한 소식이 이어지고 있었다. 그러자 그는 <레온>을 가만히 불렀다.
"레온!..."
그러자 잠시 후 <레온>이 그곳으로 들어왔다.
그리고는 <찰리>의 상태를 확인하고는 이렇게 말을 했다.
"잠은 잘 잤습니까?"
그러나 <찰리>는 그 말에 답을 하지 않고
마치 단도직입(單刀直入)적으로 말을 한다는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라디오소리를 들었어!"
"그래요? 아, 그리고 잠시!..."
그리고는 <레온>이 밖으로 나가서 잠시 후에 다시 그곳으로 들어왔는데
그런데 그때 그의 손에는 잔이 들려 있었고, 양 겨드랑이에는 위스키가 한 병씩 끼워져 있었다.
"아내가 이걸 구하느라 동네까지 갔다 왔소!"
그리고는 <레온>이 그것을 <찰리> 옆에 내려놓고
거스름돈을 세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이제 2,3일 후면 만사(萬事)가 다 해결될 테니, 그때까지만 기다려요!"
"술이나 주게!"
그러자 <레온>이 <아르헨티나> 산(産) 위스키 한 병을 따서 잔에 1/3정도를 따라서 <찰리>에게 주었다.
그러자 <찰리>는 맛도 보지 않고 한 번에 그것을 다 마셔버렸다.
그러자 <레온>이 이렇게 말을 했다.
"아마도 오늘밤, 우리들의 조건을 받아들이겠다는 성명(聲明)이 발표될지도 모르겠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당신도 내일 저녁쯤에는 당신의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요!"
"한잔 더!..."
그러자 역시 <찰리>가 그 말에 답은 않고 술을 요구했다.
"너무 많이 마시는 것 아닙니까?"
그러자 또 <레온>이 마치 <찰리>가 친구인 것처럼 그를 걱정하는 말투로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괜찮아! 내 주량은 내가 잘 아니까!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자신의 주량을 아는 것이지! 그보다 자네의 별명(別名)은 뭐라고 하는가?"
"나에게 별명 같은 것은 없소."
"그렇다면 직함(職銜) 정도는 있겠지?"
"직함?"
"음! 이 조직(組織)에서 자네가 맡은 일이 있을 것 아닌가, 레온 신부(神父)?"
그러자 <레온>이 잠깐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침착하게 이렇게 또 말을 했다.
"아, 뭔가 오해를 하시는가 본데, 나는 결혼을 한 몸이요! 그리고 그 술도 집사람이 사 온 것이고!"
"하지만 한번 신부(神父)는 영원한 신부(神父)가 아닌가, 레온 신부(神父)?"
"왜 그렇게 생각하시오?"
"계란프라이를 할 때 봤지!"
"에?..."
"계란을 깨던 모습이 마치 신부(神父)가 성체(聖體)인 빵을 나눌 때의 모습과 똑 같더군. 그걸 보고 자네가 신부(神父)이거나 적어도 신부(神父) 출신인 줄을 알게 되었지!"
"하! 상상이 너무 지나치시군요, 영사(領事)?!"
"그건 자네가 더 심한 것 같은데? 난 영사(領事)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했는데 말이야? 그리고 날 대사(大使)라고 오해했던 것은 자네들이 아니었나? 그리고 다시 말하지만 나는 내 집사람이라면 모를까, 그 외의 사람들에게는 한 푼의 가치도 없는 사람이야! 그리고 신부(神父)가 사람을 죽인다는 것도 웃기는 이야기고! 혹시, 그것은 다른 사람에게 시키는 것이 아닌가?"
"틀렸소!"
그러자 <레온>이 마치 화를 내듯이, 큰소리로 이렇게 말을 했다.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가 처리할 것이요! 나는 죄를 다른 사람에게 전가시키는 사람이 아니오!"
"하, 그렇다면 이 술을 자네를 위해서라도 조금 남겨둬야겠군? 그때는 자네도 한잔 하고 싶어질 테니까 말이야?"
"머?!..."
"아, 그리고 며칠이라고 했지?"
"?..."
"남은 시간, 3일이라고 했나?"
그러자 <레온>이 <찰리>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하지만 무슨 말은 더 하지 않고 몸을 돌려서 문 쪽으로 두어 걸음 걸어가다가 그 자리에 섰다. 그러자 또 그때 <찰리>가 빈정거리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럼 여기서 며칠 더 쉬어야겠군? 하지만 혼자 있는 것은 조금 무서운데 어쩌지?"
"왜?"
그러자 <레온>이 그대로 선 채로 이렇게 말을 했다.
"그야, 밖에서 나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저 <인디오> 남자 때문이지? 아마도 저 사람은 지금 나를 죽이고 싶어서 몸이 근질근질할 테니까 말이야? 그러니 나를 보면 히쭉히쭉 웃지!"
"뭐라는 거요, 지금!"
그러자 <레온>이 기어이 이렇게 화를 내면서 <찰리>를 쳐다봤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 일은 없을 거요! 그리고 잘 들으시오, 영사(領事) 양반! 저 <미구엘>은 아주 좋은 사람이오! 단지 스페인 말을 할 줄 모를 뿐이오! 그리고 당신을 보고 미소를 짓는 것은 당신에게 적의(敵意)가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오! 그러니 이제 술도 마셨으니 한숨 더 자는 것이 어떻겠소?!"
"잠은 충분히 잤네! 그보다 나는 당신과 이야기를 더하고 싶어!"
그러자 <레온>이 마치 이제 그만하자는 듯 양손을 들어서 만류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찰리>는 그런 모습을 보면서 <레온>이 교회에서 형식적인 설교(說敎)를 할 때의 모습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도대체 무얼 더 이야기하자는 겁니까?"
"그야 얼마든지 있지!"
"하지만 이야기는 충분히 했소!"
"하지만 나를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어!"
"아, 그건, 이제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거라고 이야기하지 않았소?"
그리고는 <레온>이 더 할 말이 없다는 듯 몸을 돌려서 바깥으로 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찰리>가 또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럼, 내 고해(告解)라도 들어주겠는가, 신부(神父)?!"
그러자 또 <레온>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는 마치 굳은 듯, 그 자리에서 잠시 꼼짝도 않고 서 있었는데,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니까, 내가 고해(告解)를 했던 것이 언제였는지도 모르겠는데, 말이야?..."
"시끄러워! 내가 그런 농담이나 들어줄 만큼 한가한 사람으로 보이나?!"
그러자 그때 <레온>이 갑자기 몸을 휙 돌리면서 이렇게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또 <찰리>가 급하게 이렇게 말을 했다.
"아니, 농담이 아니야! 그리고 신부(神父)야말로 내가 이런 상황에서 농담이나 할 사람으로 보이나?"
"뭐?"
"생각해 봐! 사람이란 죽음이 임박해 오면 여러 가지 후회스러운 것도 많이 생각나기 마련이고, 거기다 우리 <가톨릭신자>들은 이런 때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바로 그것 아니겠나?"
"하지만 나는 이미 신부(神父)가 아니야!"
그러자 <레온>이 계속해서 이렇게 큰소리로 말을 했다.
하지만 <찰리>는 마치 그런 상황이 재미라도 있다는 듯 계속해서 억지를 부리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그게 무슨 소용인가?! 우리는 독실한 <가톨릭신자>들이야! 그러니 그것으로 된 거지!"
"그건 억지요! 그리고 나는 아직 당신이 죽게 된다고는 이야기하지 않았어!"
"하지만 이렇게 불안할 때는 신부(神父)에게 고해(告解)라도 해야 마음이 조금 편안해지지 않겠는가? 그리고 솔직히 자네들의 마음이 언제 변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리고 또 만약에 당국(當局)에서 자네들의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할 때는 그때는 어떻게 할 셈인가?"
"..."
"거 봐! 그리고 또 만약에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할 때는, 자네가 다른 신부(神父)를 불러줄 것인가?"
"하지만 아직 결정 난 것은 아무것도 없어!"
"그래서 더 걱정인 거지! 그리고 집에서 나만 기다리고 있을 집사람을 생각하면..."
"영사(領事), 하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거요! 그럴 필요도 없소!"
"왜?"
"그들이 분명히 우리들의 요구를 들어줄 거니까!"
그러자 또 마치 <찰리>가 신부(神父)를 대하듯이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저는 제가 저지른 짓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용서를 구합니다... 뭐, 이렇게 시작하는 것인가? 정말 오랜만이야, 나는 지난 40년간 교회에는 한 번도 나가지를 않았네! 얼마 전에 결혼식을 했을 때를 제외하곤! 하지만 그때도 고해(告解)는 하지 않았지!"
"왜? 그때라도 하시지?!"
"그때 시간이 없었어."
"영사(領事), 우리를 놀릴 생각은 마시오!"
"아니야 신부(神父)! 내가 왜 그런 짓을 하겠나?! 오히려 나 자신을 비난하는 것이지! 나는 그런 짓을 할 줄 몰라. 위스키에 대고 맹세할 수 있어!"
"..."
"정말이지 생각할수록 우스운 이야기가 아닌가? 당신을 통해서 신의 용서를 구하고 있다니! 그러니까 내가 당신에게 신부(神父)라고 부르고 있는 것 자체가 그것을 대변해 주고 있는 것이지!"
"하지만 난 이제 신부(神父)가 아니오!"
"나도 영사(領事)가 아니야!"
"그러나 우리에겐 영사(領事)요!"
"그래서 지금 총부리를 나에게 겨누고 있는 것인가?"
"우리는 지금 단지 당신을 보호하고 있는 것뿐이오!"
"믿을 수 없어! 그래서 당신들이 나를 쏘기 전에 고해를 하고 싶은데 들어주겠는가?"
"할 수 없소!"
"나에겐 고해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였어!"
"..."
그러자 <레온>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 참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알았네, 그러니 신경 쓰지 말게! 답답한 마음에 한번 해 본 소리니까!"
"그러면?..."
"나는 이 세상에서 믿는 것이 하나도 없어. 그래서 그 놈의 법(法)만 아니었다면,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리지도 않았을 거야!"
"그건 또 왜였죠?"
"돈 때문이었지..."
"돈?"
"응, 마누라 때문에... 아무튼 근데, 당신은 결혼식은 올렸나? 아니 미안, 내가 쓸데없는 것을 또 물어봤군!"
그러자 <레온>이 갑자기 동요하는 모습을 보였다. 아마도 <찰리>의 말이 어떤 식으로든 그에게 자극을 주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레온>이 그때부터 입을 조금 벌렸던 채로 방 안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마치 굶주린 자가 들고 있던 빵을 바닥에 떨어뜨리지 않으려는 듯 조심스럽게. 그러자 <찰리>가 그런 그를 유심하게 쳐다봤다. 그러자 또 그 순간 <레온>의 벌렸던 입에서 타액(唾液)이 잠시 빛났다. 그리고 잠시 후 <레온>이 <찰리>가 앉아 있던 맞은 편에 몸을 앉히고는 아주 낮은 소리로 이렇게 말을 했다. 마치 <레온> 자신이 고해소에 들어가서 고해를 하는 것처럼.
"분명 노함과 고독 때문이었을 것이오 영사(領事)... 나는 결코 저 가엾은 여자를 힘들게 하고 싶은 마음은 없었소..."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고독(孤獨)이라면 나도 지긋지긋하게 앓았었지! 그런데 무엇이 자네를 그렇게 힘들게 했는가?"
"교회(敎會)..."
"교회?"
그리고는 또 <레온>이 매우 고통스러운 얼굴을 하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그냥 교회(敎會)가 아니라, 나의 어머니인 교회(敎會)..."
"자네가 왜 교회(敎會)에 대해서 그렇게 생각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나 언제나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바로 우리 아버지였어!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는 나를 결코 이해해 줄 생각이 없으셨지! 그래서 나는 우리 아버지를 증오했던 적도 있었지만, 그러나 정작 그 분이 돌아가셨을 때는 슬펐어! 이유야 어찌되었든 아버지는 아버지였으니까! 그런데 이제는 내가 그 아버지가 되려고 하고 있어. 아무튼 나는 자네가 왜 그렇게 교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겠네."
"교회(敎會)도 당신의 아버지처럼 일종의 인격체(人格體)라고 할 수 있소! 그러니까 그것은 마치 지상(地上)에 존재하는 <그리스도(Jesus Christ)>라고 할 수 있는 것이오. 아니, 적어도 나는 그렇게 믿고 있소! 당신들 영국인들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래서 나는 그 수 많았던 설교(說敎)를 행했었지만, 그러나 여전히 부끄러운 마음 뿐인 것이오. 그리고 내가 처음 신부(神父)가 되었던 것은 <아순시온>의 식민지구(植民地區)에서였소. 그리고 당신도 알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바로 옆에 강이 흘러가고 있었는데, 그런데 빈민가(貧民街)들은 항상 여기처럼 강 근처에 있기 마련이오. 그것은 또 마치 언젠가는 그 강을 건너서 그 빈민가(貧民街)를 벗어나고 싶다는 것처럼! 하지만 그들은 그곳을 어떻게 벗어나야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알지를 못했고, 설사 그렇게 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안주(安住)할 수 있는 땅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것도 알지를 못했소! 그래서 그때, 내가 했던 일이라곤 오로지 일요일에 복음서(福音書)를 가지고 그들에게 설교를 하는 일밖에는 없었던 것이오!"
그러자 <찰리>가 마치 <레온>의 말에 긍정한다는 듯 머리를 끄덕이면서, 하지만 또 내심(內心) 무슨 계산이 있는 듯한 표정으로 <레온>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는데, 그것은 또 그도 그랬을 것이, 그때 자신의 운명을 손에 쥐고 있었던 것은 바로 그 <레온>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그는 그때 마치 본능적으로라도 그렇게라도 해서 <레온>으로 하여금 동료의식을 느끼게 하고, 그리하여 또 그가 어떤 결정이 내리더라도 최악의 경우만은 어떻게든 면하겠다는 어떤 복안(腹案) 같은 것이 그렇게 표현되고 있었던 것으로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또 그런 것이 <레온>의 마음을 조금은 움직였던지 <레온>이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리고는 목이 마른지 물을 조금 마셨던 것으로 보아서, 그는 제법 일장연설을 할 것으로 생각되었던 것이다. 그러자 <찰리>가 그것을 놓치지 않고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런데 그것이 그들에게 도움이 좀 되었던가?"
"아니요, 배고픈 사람들에게 복음서(福音書)를 읽어주는 것이 무슨 도움이 되었겠습니까? 그러니까 그때 내가 그들에게 읽어주었던 것은 <당신이 가진 것을 팔아서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라>...는 식의 설교였는데, 그런데 그것이야 말로 그들에게는 꿈같았던 일이었겠지요. 그러나 나는 그때 처음으로 신부(神父)가 되었기 때문에 그런 깊은 생각도 없이 아무런 융통성도 가지질 못했고, 그래서 곧이곧대로 복음서(福音書)만 그렇게 낭독했던 것이었지만, 그런데 또 그보다, 그런 순간에서도 대사교(大司敎)는 장군(將軍)과 함께 <이구아스(iguacu falls)>에서 잡아 온 물고기와 프랑스산 와인을 마시고 있었던 것입니다! 물론, 그 순간에도 그들은 민중(民衆)들이 정말로 굶주리고 있었다는 것도 몰랐고요! 그러니까 차라리 만디오카(mandioca=tapioca를 아르헨티나에서 부르는 말로, 브라질 원산의 cassava 뿌리에서 만든 식용녹말 또는 그 뿌리 또는 덩이줄기를 말함)라도 그들에게 주었다면, 그들은 허기(虛飢)정도는 면할 수가 있었을 것인데도, 그들은 그런 민중(民衆)들에게 관심조차 없었어요!"
"흠!..."
"그런데 사람이 굶주리게 되면 어떻게 되는지 아십니까? 그런 사람은 죽기 전에 미쳐버려요! 거기다 영양실조(營養失調)는 사람의 기력(氣力)을 완전히 빼앗아 버리고, 그래서 그런 사람은 서서히 죽어갈 수밖에 없는데, 그런데 미국인들은 그 점을 잘 알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또, 그들이 우리들에게 원조(援助)랍시고 준다는 것은 바로 그 상황, 그러니까 그렇게 죽지 않을 정도까지 만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 민중(民衆)들은 현재 그런 아사(餓死) 직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말라서 서서히 죽어가고 있는 중인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바로 눈앞에서 굶주려 죽어가는 아이들에게도 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으며, 그래서 이렇게 살 바에는 차라리 바다에 빠져서 죽는 편이 더 낫지 않겠는가 하는 말이 저절로 목구멍에서 올라올 지경인데, 그럼에도 우리는 아무런 영양가도 없는 성체(聖體)밖에는 저들에게 더 줄 것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래도 <와인>이라도 마시지만, 하지만 그들 중에서 <와인>의 맛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을 걸로 생각하십니까?!"
그리고는 <레온>이 <찰리>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을 때 <찰리>의 얼굴은 진지하게 굳어 있었고, 크게 뜬 눈에는 마치 금방이라도 흘러넘칠 듯이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고여 있었다. 그러자 <레온>이 아주 잠깐 그런 <찰리>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는 다시 이렇게 말을 계속했다.
"하지만 성직자(聖職者)들이 모두 우리처럼 나쁜 사람들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 주십시오! 그래서 지금도 도처에서는 어려운 민중들을 돌보기 위해서 헌신하는 성직자들도 많이 있지만, 그러나 우리는 지금 경찰의 감시를 받고 있어요! 그래서 만약에 무슨 일이 생기기라도 한다면, 우리는 추방은 물론이고, 어쩌면 그들의 손에 죽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현재 <양키(yankee-미국인)>들은 사제(司祭)들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는 것 같지만,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그런 위험 앞에 직면해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언젠가, 우리들이 설교(說敎)를 다니던 중에 우리는 <콜롬비아>에서 게릴라들과 함께 사살(射殺)되었다던 <토러스(Torres)> 신부(神父)가 있었던 곳까지 가게 되었어요! 하지만 그때, 우리는 아무 것에도 개의치 않았고, 그래서 단지 이렇게만 말을 했어요! <교회(敎會)는 사람들을 선도(善導)하려는 것일 뿐이기 때문에, 그래서 분명히 소돔(sodom-死海 남쪽 기슭에 있었던 Palestine의 옛 도시로, 주민들의 죄악 때문에 하느님이 멸망시켰다고 하는 고대도시-성서창세기 18-19) 같이 멸(滅)해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경찰은 우리의 일을 대사제(大司祭)에게 보고를 했고, 그러자 또 대사제(大司祭)는 그 후부터 우리의 설교(說敎)를 중지시켰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결국, 그 대사제(大司祭)란 사람도 불쌍한 사람이었지만, 그러니까 그 나이에, 그것도 장군(將軍)의 마음에 들려고 그런 짓도 했던 것을 보면!..."
그러자 그때 <찰리>가 갑자기 이렇게 말을 했다.
"하지만 그런 깊은 이야기까지는 잘 모르겠군, 신부(神父)?"
그리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었는데, 그러자 <레온>의 눈에 그의 머리에서 숱이 빠진 자리가 마치 비행기에서 내려다 보는 어느 유사(有史) 이전(以前)의 고전장(古戰場) 같게만 느껴졌다. 그리고 또 그때, 그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계속해서 <레온>에게 <신부(神父)>란 호칭을 빠뜨리지 않고 있었는데, 그것으로 보아서 아마도 그는 그 신부(神父)란 호칭에서 나름대로의 위안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러니까 마치 <아버지(父)라면 자기 자식을 죽이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물론, 아브라함(Abraham-구약성서의 창세기에 나오는 인물로, 이스라엘민족의 始祖로 불리는 사람)은 제외하고...>라고 생각하는 듯이...
참고: 아브라함은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스라엘 민족의 시조(始祖)로, 유대교, 그리스도교, 이슬람교 등의 유일신 종교에서 존경을 받는 인물이다. 아들이었던 이삭을 제물로 바쳤을 만큼 신앙이 두터워서 사도 바울은 <신앙의 아버지>로 숭상하였다.
"그리고 나에겐 그에 대한 아무런 책임도 없네, 신부(神父)?"
그리고 또 아무튼, 그가 또 이렇게 덧붙였다.
그러자 또 <레온>이 이렇게 말을 했다.
"물론, 우리도 영사(領事)에게 그 책임을 지우려는 것은 아니요!"
"그렇다면 나를 더 이상 여기에 잡아둘 필요가 없지 않은가 신부(神父)? 그리고 아마도, 영국(英國)은 이 사건에 관심조차도 없을 걸세!"
"하지만 이런 말이 있죠! <한사람의 목숨이 여러 사람의 목숨을 살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못 박은 자들이나 할 짓이야 신부(神父)? 그리고 나는 정식 영사(領事)가 아니라고 몇 번이나 말을 해야 알아듣겠는가 신부(神父)?"
그러자 <레온>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리고는 또 이렇게 말을 했다.
"아, 그건 내가 좀 지나쳤소! 하지만 당신도 성서(聖書)에 대해서는 알고 있겠지요?"
"하지만 그것은 내가 아주 어렸을 때 봤던 것일 뿐이야! 하지만 또 어떤 장면은 인상(印象)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도 있지만! 마치 딸기의 요정처럼!..."
그러자 또 <레온>이 <찰리>를 슬쩍 보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나는 그런 것은 잘 모르오! 근데, 자식은 있소?"
"아니, 없어! 하지만 이미 말을 했잖아? 이제 곧 아이가 태어날 거라고! 벌써 제 엄마의 배를 차기 시작했어!"
"아, 아!..."
그러자 또 <레온>이 잠시 깜빡했다는 듯 이런 반응을 보이고는
또 마치 <찰리>를 안심시키려는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어쨌든 걱정할 것은 없소! 금방 다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물론, 그렇게 되어야지!"
하지만 <찰리>는 오히려 발끈하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그게 진심인가 신부(神父)? 그럼 지금 내가 깔고 앉은 이 관(棺)은 무엇인가? 설마 나중에 여기다 나를 넣으려고 미리 준비해 둔 것은 아닌가?"
"아니요! 그건 침대용으로 놔둔 것이요! 아무래도 습기 찬 맨바닥보다야 나으니까!"
"그래서 나를 이 위에 재웠다? 흠, 아주 친절하시군요, 신부(神父)?"
"물론, 우리는 야만인들이 아니요! 그리고 이 동네에 관을 만드는 사람이 있소. 그래서 한 개 사두었던 것이오. 아무래도 침대보다는 가격이 싸니까! 그것은 여기에 살고 있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요. 그래서 굳이 말하자면 이 동네의 특징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소!"
"하지만 급할 때는 시체를 숨겨두기에도 좋겠군?"
"그런 생각은 아직 해보지 않았소, 결단코! 단지, 여기서는 침대를 구입하는 것이 위험하기 때문에 그것을 대신 사 두었던 것뿐이오!"
그러자 또 <찰리>가 마치 더 듣기 싫다는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아무튼 알았네! 그러니 술이나 한잔 더 하지! 자네도 한잔 하지?"
그러자 또 <레온>이 고개를 저으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난 안돼요! 지금은 당신을 보호하고 있는 중이니까!"
"하지만 한잔 정도는 괜찮지 않아? 보다시피 나는 늙은이에다 주정뱅이일 뿐인데 말이야?"
"하지만 우리는 임무수행 중에는 술을 마시지 못하게 되어 있소!"
"그건 또 누가 정한 것이지?"
"물론, 엘 티그레(El Tigre-虎)가 정한 것이요! 그래서 지금도 <미구엘>이 밖에서 총을 들고 보초를 서고 있는 것이요!"
"그럼, 그 엘 티그레(El Tigre)는 누구지?"
"윗분! 그리고 혼자서는 아무래도 임무를 수행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래서 우리는 2인 1조(組)로 근무를 하고 있는 것이오!"
"그런데 저 <인디오>는 스페인어를 할 줄 모르지?"
"전혀 모르지는 않소!"
"음, 그런데 신부(神父)! 다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이 안에서 잠시 걸어 다녀도 될까?"
"아, 그러시오!"
그러자 <찰리>가 자리에서 일어서서 그 안을 마치 어슬렁거리듯이 왔다 갔다 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훔쳐본 결과 그때 <미구엘>은 <레온>의 말대로 문 앞에서 총을 들고 서 있었고 <찰리>를 보자 미소를 지었다. 그러자 <찰리>도 그에 답을 하고는 다시 돌아와서 <레온>에게 이렇게 말을 했다.
"근데, 자네도 과라니(guarani-볼리비아와 파라과이 그리고 남부브라질에 사는 민족) 말을 할 줄 아는가? 신부(神父)?"
"물론, 과라니 말로 설교를 했던 적도 있었소!"
그러자 <찰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온>을 쳐다봤다. 그러자 <찰리>의 눈에는 <레온>이 영락없는 신부(神父)로 보였다. 그리고 또 조금 전,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던 중 서로 간에 약간의 친밀감까지 느꼈다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이제 과거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이제 두 사람은 마치 고해를 끝낸 신부(神父)와 신자로 돌아와 있는 듯 느껴졌다. 그래서 <찰리>는 그때 시간을 확인하고 있던 <레온>을 쳐다봤다. 그리고는 그가 <이제 남은 시간이 얼마나 될까?>하고 세는 듯 느껴졌다.
"술이나 주게, 신부(神父)!"
그러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그러자 또 <레온>이 시계를 보던 눈을 거두고 <찰리>를 보면서 이렇게 말을 했다.
"이제 슬슬 무슨 결정이 날 시간인데, 그러니 술은 그만하죠!"
그리고는 또 혼잣말을 하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이 자식, 많이 늦는군? 나도 이제 곧 나가 봐야 하는데!"
그러자 또 <찰리>가 이렇게 말을 했다.
"늦다니, 누구를 기다리는가?"
그러자 또 마치 <레온>이 화가 난 듯이 이렇게 말을 했다.
"좀 전에 이미 말을 했잖소? 우리 같은 사람들에겐 이름 같은 것은 없다고?!"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