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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고시원
  • 대한민국 여성 No.1 신사임당
  • 안영
  • 9,000원 (10%500)
  • 2008-04-11
  • : 96
   5만원권 화폐 인물 선정에 있어서 말들이 참 많았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성이  현모양처 말고는 없느냐는 둥 국가적 망신이라는 둥 하면서 말이다. TV드라마에서도 인기를 끌었던 소서노, 선덕여왕이나 유관순, 나혜석처럼 주체적 역량을 발휘한 여성들이 많은데 왜 하필 '현모양처' 신사임당이냐며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다. 그래, 그들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신사임당' 하면 '현모양처', '율곡이이의 어머니'라는 타이틀이 먼저 떠오른다. 그림이나 자수 등에 능하긴 했지만 그녀가 작가보다는  '현모양처'로 인정받는 건 사실이지 않은가. 앞에서 언급한 다른 여성들처럼 신사임당이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리더가 되어 새로운 길을 개척하거나 뛰어난 업적을 남긴 것은 아니다. 하지만 분명 그녀는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1504년 연산군 10년에 태어난 신사임당. 여자라는 이유로 서당에 다닐 수도, 과거시험에 응할 수도 없었다. 그저 어머니 밑에서 신부수업 잘 받다가 시집 잘 가서 아이 많이 낳으면 그것이 '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그녀의 부모, 조부모들은 여자도 남자들처럼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다. 사임당의 조부모에게 자식이라고는 단한명, 사임당의 어머니뿐이었으며 그녀도 줄줄이 딸만 낳았다. 아들이 없는 집안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사임당의 어머니도, 사임당도 서당엔 가지 못했으나 부모 밑에서 남자 못지 않게 글공부를 할 수 있었다. 물론 집안일도 열심히 배워야 했고. 어릴적부터 자식교육에 남달리 열심이었던 부모님과 외할아버지 덕에 사임당은 선현들의 글도 많이 읽고, 훌륭한 그림도 많이 볼 수가 있었다. 그녀는 남편 이원수와 결혼한 뒤에도 남편과 시어머니의 배려로 책읽기와 그림그리기 등을 계속할 수 있었다. 그녀는 일곱명의 자녀들에게도 남편보다 더 적극적으로 교육을 하였으며 남편에게도 글공부하기를 권하곤 했다. 

   이 책에서 내가 만난 신사임당은 이전에 내가 알던 '현모양처'의 모습보다는 딸로서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어미로서 고뇌하는 모습이 컸다. 결혼하기 전 결혼생활을 잘 해나갈 수 있을까 걱정하던 사임당, 남편이 자신이 바라던 모습과 달라 실망하던 사임당, 계속 태중에 아이가 들어서자 기쁘면서도 동시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해 속상해하던 사임당, 먼 곳에 떨어져있는 어머니가 그립고 걱정되어 눈물 흘리던 사임당, 이해심 많은 시어머니에게 감사하고 며느리 역할을 잘 못하는 것 같아 죄송해하던 사임당.. 나의 모습이다. 우리의 모습이다. 사임당의 어머니 이씨의 어릴적 모습부터 사임당의 아들 율곡이이의 특출하던 어릴적 모습까지.. 이 소설을 통해 그녀의 삶 전반을 살펴보며 많이 공감했다. 

   결혼 전에 그리고 직장생활을 할 때 이 책을 읽었더라면 공감하기가 조금 힘들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출산을 몇달 앞두고 태어날 새생명에 온신경을 쏟고 있는 지금, 나는 과연 어떤 어미일까 어떤 사람일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지금, 사임당의 이야기에 빠질 수 밖에 없었다. 사임당의 삶을 들여다보며 그녀에게 많은 것을 배웠다. 여성으로서 갖춰야 할 덕목 뿐 아니라, 인간으로서의 도리.. 삶에 대한 진지한 자세 말이다. 한 예로 사임당은 자녀들에게 '성실誠實과 신독愼獨'을 강조했는데, '성실'은 아무리 작은 일에도 정성을 담아 하라는 것이고 '신독'은 홀로 있을 때에도 하늘이 보고 있음을 알고 도리에 어긋나는 일은 삼가라는 것이다. 그녀는 먼저 성실과 신독의 본을 보였다. 그녀 스스로가 떳떳하지 못하면 어찌 자녀들에게 그것들을 가르칠 수 있었을까. 이런 모습을 보며 속으로 얼마나 뜨끔했는지 모른다. 나는 다른 이들에게 무언가 요구하려고만 하였지, 먼저 스스로의 모습을 단정히 하지 못하는 때가 많기 때문이다. 

   그녀가 남긴 그림들을 보면 그림이 참 정갈하고 조화롭다는 느낌이 든다. 양귀비를 그리기 시작하다가 그 주변에 다른 꽃, 나비 도마뱀 등 다른 동식물도 그려넣었는데.. 각자의 개성을 지니면서도 서로 참 잘도 어우러진다.  그녀의 삶이 그녀의 그림에 배어나오는 것일까. '현모양처'라는 타이틀에 갇혀버린 그녀이지만.. 그것이 또한 그녀 삶의 일부분 아니겠는가. 조선시대 여성으로 태어나 많은 장벽 속에서도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했던, 자신의 뛰어난 기량을 뽐내기보다 남편이 주눅 들지는 않을까 배려하며 살았던 그녀. 율곡이이처럼 총명한 아들을 두고도 다른 자녀들의 자존감이 낮아질까 두려워 마음껏 자랑하지 않고 조심했던 그녀. 나의 삶도 저렇게 조화롭고 정갈하면 좋겠다는 큰 소망을 품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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