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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보이는대로
  • 소마
  • 채사장
  • 13,500원 (10%750)
  • 2021-12-24
  • : 2,216

소마는 작가를 좋아해서 산 책이다. 이런 경우는 내겐 드물다. 보통은 책이 재밌고 작가는 나중인데 가끔 작가를 보고 책을 선택할 때가 있다. 

작가가 쓴 그 모든 글이  너무 좋아서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작가들이 있고 또는 인간으로서 작가가 너무 매력적이고, 또한 그의 글도 그와 다르지 않을때(그러기 힘들다) 좋아하는 두가지 경우가 있다. 


'소마'의 저자 채사장을 알게 된건 몇년전에 그의 첫 책이 나오기도 전, '지대넓얕'이라는 내 생애 최초이자 마지막인 팟캐스트를 통해서였다. 


그는 초기엔 굉장한 내 취향의 방송을 했는데 죽음 이후를 보고 온 사람들이라던가, 유에프오를 만난 사람들, LSD의 연구 등등 너무 매니악한데 왠지 또 누구나 좋아하는 듯한 주제들을 다뤘다. 혹시 오해할까봐 그러는데 '지대넓얕'은 전체 인문학 주제를 다루는 팟캐스트라서 오늘은 공자나 장자가 주제이기도 하고 다음주는 고대 그리스의 전쟁방식을 다루기도 했다. 엄청난 주제를 자유롭게 정하던 4명의 진행자들이 너무나 매력적이었던 방송이다. 돌아와요, 지대넓얕 ㅠㅠㅠㅠ


여튼 그가 동명제목의 책 '지대넓얕'을 인문베스트셀러로 올리고 그들의 팟캐스트가 중단되도 나는 채사장의 책을 꾸준히 보고 심지어 강연도 들으러 갔었다. 


채사장의 소설은 전에 단편을 한 번 본적이 있었는데 꽤 재미가 있던 기억이 있어서 반은 기대, 또 그의 책이 그가 팟캐스트에서 보여주던 그 재치가 다 표현되는 것 같지는 않아서 반은 걱정하면서 읽었다. 


책은 흡입력이 있었다. 선사시대의 마을같던 주인공 소마의 마을이 파괴되고 중세같은 종교의 광기가 느껴지는  마을에서 아픈 성장기를 보내고 소설은 중세를 벗어나 근대로 가는 전쟁터로 소마를 보낸다. 


이 모든게 아주 유려하고 매끄럽게 써있어서 그리고 철학적인 메시지를 멈추지 않아서 좋았다. 하지만 그 좋았던 마음은 인문학 책을 쓰던 채사장의 목소리를 떨치기 어렵게도 만들었다. 소설은 소마로 빙의를 차마 못한 채사장의 인문학저자로서의 자세가 느껴진다. 그는 잔인한 묘사로 소설의 세계를 핏빛으로 색깔을 줬지만 결국 그걸 바라보는 소마는 채사장의 시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신들리길 바랬는데 좀 아쉬웠다. 


온라인 서점에 잔인한 묘사에 대한 비평이 많더라, 변명하자면 그는 원래 그랬던 사람이다. 날것의 묘사와 부조리한 문명의 그늘을 사랑했었다. 팟캐스트를 들었던 나는 알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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