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고전 필사』- 흔들리는 1020을 위한 100일 명문장 쓰기 , 고전의 문장을 따라 쓰며 나에게 묻는 시간
✍🏻 저자: 푸른숲주니어 편집부
🏢 출판사: 푸른숲주니어

🎯 『나의 첫 고전 필사』는 100일 동안 고전의 문장을 읽고 직접 쓰는 구성. 처음에는 좋은 문장을 모아 놓은 필사책이라고 생각했는데, 목차를 살펴보니 용기와 성장, 사랑, 정의, 자아라는 다섯 가지 주제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고 있다.문장을 옮겨 적는 일만으로 작품을 얼마나 이해할 수 있을까. 그 궁금증을 가지고 책을 따라가 본다.


🔖 용기라는 단어를 보면 두려움을 이겨 내는 강한 사람부터 떠올린다. 그런데 이 책의 첫 장은 어둠을 뚫고 서서히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을 이야기한다. 『80일간의 세계 일주』와 『모비 딕』, 『죄와 벌』처럼 서로 다른 작품을 한자리에 놓으니 용기의 모습도 하나로 정해지지 않는다. 겁이 없어야 움직일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두려운 상태에서도 선택해야 하는 순간이 있고, 그 선택이 옳았는지는 나중에야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 『폭풍의 언덕』에서 캐서린은 히스클리프를 향한 사랑을 땅속 깊이 박힌 바위에 비유한다. 변하는 나뭇잎과 변하지 않는 바위. 처음에는 사랑의 깊이를 드러내는 표현으로 읽히지만, 곧 다른 생각이 끼어든다. 누군가를 자신의 존재와 분리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것이 반드시 행복한 일일까. 『오만과 편견』이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과 함께 놓고 보면 사랑은 아름다운 감정인 동시에 판단을 흔드는 힘이기도 하다.


🔖 『동물 농장』의 인물은 정의가 반드시 실현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하지만 그 확신을 읽는 나는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정의가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과 실제로 정의로운 세상이 만들어지는 일 사이에는 꽤 먼 거리가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정상이라고 믿으며 살아가는지, 그 믿음은 누구에게 유리한지 살펴보게 된다. 당연하다고 여겼던 기준부터 의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 『데미안』에는 누군가를 두려워하는 일이 자신을 지배할 힘을 그 사람에게 넘겨주는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두려움이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 속 힘의 문제로 바뀌는 순간이다. 그렇다고 두려워하는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환경이나 관계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사정도 있으니까. 『햄릿』의 좁은 공간과 자유로운 상상에 관한 문장까지 함께 읽으면 자아의 경계가 더욱 복잡해진다.
📌 이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필사 이후에도 독서가 이어지도록 구성했다는 점이다. 수록 작품을 살펴보고, 나와 닮은 주인공을 찾고, 직접 명문장을 고르는 활동이 마련되어 있다. 다만 짧은 발췌문만으로는 인물의 복잡한 사정이나 작품 전체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기 어렵다. 필사가 고전 읽기의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고전이 어렵다고 느껴지는 독자, 특히 자신의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한 청소년들이 읽어 주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