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내 몸이라는 작은 우주를 다시 읽는 시간,예전으로 돌아가는 대신, 지금의 몸에서 삶의 방향을 찾는다
✍🏻 저자 : 김형찬
🏢 출판사 : 유노북스

🎯 오십이라는 나이를 생각하면 먼저 떠오르는 것은 대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다. 전과 같은 양을 먹어도 속이 불편하고, 잠을 한번 설치면 회복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 25년 동안 1만 명이 넘는 환자를 만나온 한의사 김형찬은 아픈 부위보다 먼저 그 사람에게 쌓인 시간을 본다. 허준의 『동의보감』 역시 병명이나 처방에서 시작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을 하나의 작은 우주로 바라본다. 그렇다면 오십에 필요한 건 젊었을 때의 몸을 되찾는 일이 아니라 지금 내 몸이 어떤 질서로 움직이고 있는지 알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다.

🔖 “통하면 아프지 않고, 막히면 아프다.” 어깨가 아프다고 어깨만 보는 것이 아니라 몸 전체의 연결을 살피는 시선 때문이다. 음식과 호흡, 장부와 기혈, 움직임과 감정까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한 곳의 불편함을 빨리 없애는 데 익숙했던 내 눈이 잠시 다른 쪽을 본다. 지금 드러난 증상보다 그 증상이 생기기까지 몸 안에서 어떤 흐름이 달라졌는지를 먼저 물어야 한다는 것.

🔖 같은 증상을 겪는다고 같은 몸은 아니다. 『동의보감』이 묻는 “이 병은 어디서 왔는가,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이 그래서 흥미롭다. 체형과 안색, 움직임과 목소리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까지 몸 안의 상태와 떼어 놓지 않는다. 여기서 건강 정보의 함정도 보인다. 누군가에게 좋았던 음식과 운동을 그대로 따라 한다고 내게도 같은 결과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몸에 좋다는 것을 계속 더하는 일보다 내 몸이 무엇을 받아들이고 무엇에서 힘들어하는지를 구별하는 일이 먼저일 수 있다.

🔖 오래 보고, 오래 눕고, 오래 앉고, 오래 서고, 오래 걷는 것까지 몸을 상하게 할 수 있다는 대목에서는 ‘오래’라는 말에 눈이 갔다. 움직임 자체보다 한쪽에 지나치게 머무르는 상태를 경계하는 셈이다. 현대인의 하루를 떠올리면 꽤 현실적인 이야기다. 화면을 보며 몇 시간을 앉아 있고, 쉬는 시간에도 다시 다른 화면을 본다. 몸은 움직이도록 만들어졌는데 생활은 자꾸 멈추는 방향으로 간다. 움직였다면 쉬고, 쉬었다면 다시 움직이는 것. 건강이라는 게 의외로 특별한 비법보다 이런 작은 왕복에 가까운 것은 아닐까.

🔖 “그 몸의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 남들이 좋다는 것을 따라 먹고 유행하는 건강법을 옮겨 다니다 보면 정작 내 몸의 반응은 뒤로 밀릴 수 있다. 그렇다고 자기 판단만 믿으라는 뜻도 아니다. 저자는 공부와 나를 잘 아는 주치의를 함께 이야기한다. 내 몸을 읽는 힘과 객관적으로 살펴줄 시선을 동시에 두라는 것이다. 오십 이후의 건강은 더 많은 정보를 모으는 경쟁과는 조금 다른 곳에 있는 듯하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덜어낼지, 어디에 힘을 쓰고 무엇을 지킬지. 그 판단을 남에게 전부 맡기지 않는 데서 내 기준이 시작된다.
📌 내가 읽은 『오십에 읽는 동의보감』 은 오래된 처방전이라기보다 몸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선에 가까웠다. 병보다 사람을 먼저 보고, 몸과 마음을 떼지 않으며, 채우는 일만큼 비우고 흐르게 하는 일을 살핀다. 오십을 앞두었거나 이미 지나면서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을 자주 하게 된 독자라면 꼭 읽어주길 바란다. 나 역시 이제 몸을 예전으로 돌려놓기보다, 지금의 몸이 보내는 말을 먼저 들어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