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제국이의 서재
  • 필사의 감각
  • 장석주
  • 18,000원 (10%1,000)
  • 2026-02-11
  • : 760

필사의 감각 -한 줄의 문장을 따라 쓰는 동안, 나는 내 안에 오래 닫혀 있던 방 하나를 천천히 열어 보게 되었다. 


🔺 저자: 장석주

🔺 출판사: 청림출판


🎯   문장을 읽는 것과 베껴 쓰는 것은 얼마나 다른 일일까, 누군가의 언어를 손끝으로 통과시킬 때 내 생각도 조금씩 달라질까, 그런 궁금증이 조용히 생겨났다. 장석주라는 이름이 가진 오랜 읽기와 쓰기의 시간도 내게는 하나의 신뢰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이 책을 펼치기 전에, 문장을 따라 쓰는 일이 정말 내 마음의 결을 바꿔 놓을 수 있을지 가만히 상상해 본다.


🔖  사랑, 기다림, 오래된 기억, 치유하는 글쓰기 같은 문장들이 감정을 격하게 흔들기보다 흐트러진 마음을 조용히 가라앉힌다. 장석주는 시인답게 문장을 설명하기보다 그 울림이 오래 머물도록 곁을 내어준다. 특히 필사를 위한 문장이라는 형식 덕분에 읽는 행위가 한 번 더 느려지고, 그 느림 속에서 나는 내 감정을 추스려 본다. 


🔖 소로, 헤세, 톨스토이, 나탈리 골드버그 같은 이름들이 한자리에 놓이자, 읽는 일은 곧 살아가는 방식과 연결된다는 사실이 선명해진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라는 문장 앞에서는 누구나 한 번쯤 멈추게 될 것이다. 나는 이 대목에서 필사가 기억을 위한 습관이 아니라 삶의 방향을 다시 붙드는 연습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 여름의 빛과 그늘, 사계절의 멋, 호미의 유려한 선처럼 사소해 보이는 풍경과 사물이 문장 안에서 새롭게 살아난다. 장석주는 출판사를 경영하고 글쓰기를 가르치며 평생 읽고 써 온 사람답게, 거창한 개념보다 생활 가까이에 있는 감각의 귀함을 놓치지 않는다. 무심히 지나친 계절과 도구와 일상이 사실은 삶을 떠받치는 중심이었다는 것을 이 장의 문장들이 조용히 가르쳐 준다. 


🔖 이 책이 필사를 단지 마음챙김의 취미로 축소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카잔차키스, 카프카, 장 그르니에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은 익숙한 자리에서 조금씩 밀려난다. 좋은 문장은 내면의 얼어붙은 바다를 깨는 도끼라는 카프카의 표현처럼, 문장은 사람을 편안하게만 하지 않고 더 넓은 질문 앞으로 데려간다. 그래서 이 책의 필사는 베껴 쓰는 반복이 아니라, 내 언어가 아직 닿지 못한 세계를 향해 손을 뻗는 일처럼 느껴졌다.



📌 필사란 단순히 좋은 문장을 수집하는 습관이 아니라, 내 안의 침묵을 오래 견디며 한 줄을 받아 적는 태도라는 생각이 남는다. 빠르게 읽고 빠르게 잊히는 시대에 장석주는 문장을 다시 손의 시간으로 돌려놓는다. 그 점에서 이 책은 문해력이나 글쓰기 습관을 넘어, 삶의 속도를 다시 고르게 만드는 조용한 계기가 된다. 이 책은 한 줄의 문장이 사람을 얼마나 멀리 데려갈 수 있는지 다시 믿게 만든다.




  • 댓글쓰기
  • 좋아요
  • 공유하기
  • 찜하기
로그인 l PC버전 l 전체 메뉴 l 나의 서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