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가나 대학교 등록금이 택도 없이 비싼건 마찬가지인 것 같다. 반강제로 졸업하자마자 빚쟁이가 되어버리는 건 한국이나 미국이나 다른 나라들이나 다 마찬가지. 그렇게 비싼 4년 혹은 그 이상의 등록금 액수에 맞먹는 넥타이핀,술 등을 마음껏 사버리는 상사. 이렇게 허무한게 또 어디있으랴. 그 빚을 갚겠다고 쥐꼬리만한 월급에 비싼 물가를 버텨가며 전전긍긍 사는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매달 학자금까지 갚으려면 과연 우리들에게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문화를 누릴 수 있을까?
나도 졸업을 하고 이미 빚쟁이 신분이기에 공감이 많이 됐다. 그리고 지금은 백수인지라 폰타나가 부러웠다. 당연하다. 그렇게 큰 회사에 로버트의 비서이니까. 그래도 뉴욕에서 연봉이 3만달러라니 내가 뉴욕을 가보진 않았지만 좀 너무하다 싶었다. 한국에서도 삼만달러로 살기가 그리 넉넉치 않기에 짠 연봉에 놀랐다. 무엇보다 내 마음에 쏙 든것은 여자 비서들이 힘을 합쳐서 무언가를 해냈다는 성취감이 가장 크다. 흔히 주위 회사원들, 아니 그냥 이 세상 자체가 원래 중요한건 다 남자들 맡는건 기정사실화 되어있으며 디폴트인 것 처럼 느껴진다. 여성들은 주로 서포트를 하는 위치로 1인자는 절대 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이 팍 드는건 어쩔 수가 없다. 실제로 대기업 임원중에 여성이 몇명이나 될까? 이번에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여성 장관들이 몇몇 오르긴 했지만 그래도 한참 멀었다.
tv만 틀어봐도 그렇다. 무한도전, 1박2일, 아는형님(이건 프로그램 제목부터 마음에 안든다.)등등 온통 남자들 천지다. 여걸식스와 같은 여성 개그우먼,방송인들 체제의 프로그램은 사라진지 오래고 최근에 한 언니들의 슬램덩크만 봐도 인기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1박2일과 같이 장수 할 수 없었다. 시즌제를 도입하며 점점 떨어지는 시청률에 또 금방 폐지되었다. 이런 불편한 현실을 살아가는 와중에 '도둑비서들'은 그나마 마음의 위안이 되었달까, 간접적으로 내가 가지고 있던 어떤 불만들을 해소시켜줬다고 말할 수 있겠다. 티나 폰타나. 너무 멋진 사람이다. 물론 불법을 저지른건 불법이기에 좋은 방법은 아니지만(하지만 불법을 저지른 남성들은 잘만 살아가고있다.)어떤 위기를 멋지게 대처해가는게 멋졌다. 역시 킬링파트?킬링포인트라 함은 에필로그의 마지막 페이지가 아니겠는가. 자신의 상사였던, 그리고 이 미국의 언론을 들었다 놨다 할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 제 발로 폰타나에게 찾아와서 각 회사의 대표라는 호칭으로 동등한 위치에서 만났다는거. 그리고 폰타나가 로버트에게 "근데 이번엔 저한테 라임 썰어주시는 거예요." 라고 말한 부분.
이렇게 통쾌할 때가 없었다. 폰타나가 이렇게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마지의 역할이 컸지만말이다. 우리 여성들은 모두 억압받고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꿈을 향해 달리는데도 한계에 부딪치고 여성들에게는 더더욱 무언가를 주체적으로 한다는게 힘든 이 사회에서 도둑비서들의 폰타나,에밀리,웬디,진저,릴리,마지는 소설 속에서나마 나 우리들의 꿈을 실현시켜준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준다. 그들의 비영리단체가 계속 순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