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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페인의 무해한 각성
  • 현남 오빠에게 (어나더커버 특별판)
  • 조남주 외
  • 12,600원 (10%700)
  • 2017-11-15
  • : 12,099

페미니즘을 알고나서 내 주위 사람들은 페미니스트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그들이 궁금한것에 대해 정확한 대답을 해주고 싶어 몇권의 페미니즘 서적을 읽었다. 페미니즘 서적을 읽을수록 내 주위 사람들에 페미니즘을 알았으면 하는 생각보다 괴로움이 먼저 찾아왔다. 페미니즘 책의 주인공은 멀리서 찾을 필요없다. 그 주인공은 바로 누군가의 엄마이며 누군가의 할머니, 누군가의 며느리, 누군가의 딸 그리고 나 자신이기 때문이다. 현남오빠에게는 내가 이때까지 읽은(그리 많지 않다.) 페미니즘 서적중에 가장 리얼하다. 왜냐하면 내가 겪은 일이기도 하며 내가 본 일이기도 하기때문이다. 너무너무 괴롭다. 페미니즘 책을 읽을 때면 항상 그렇다. 페미니즘은 여성에게 괴롭다. 아예 몰랐으면 좋은게 좋은거지 하며 맘 편하게 살아갈 수 있었겠지만 페미니즘을 알고 책을 한 권이라도 읽는다면 삶의 방향은 완전히 달라진다. 부모님이 불편해지고 남자친구와 다툰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줄 때 불편해진다. 이 불편함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받아들이면서 또 다른 불편함을 읽고 듣고 본다. 그리고 차차 입을 연다. 잘못된 것에 잘못되었다고 말하고 너의 잘못이 아니라는것에 아니라고 말한다. 그렇게 주위 사람들을 전염시킨다. 내 주위 사람들에서 그들의 주위 사람들에게, 또 그들의 주위 사람들에게 전염된다.
이것이 내가 바라는 내 미래의 모습이며 페미니스트가 된 모든 사람들의 모습이다.

 

 

 책 내용도 내용이지만 내가 여자라 그런건지, 작가노트를 보며 정말 많은 공감을 했다. 특히 기억에 남는건 손보미 작가님의 이방인의 작가노트였다. 작가님은 이 기획을 청탁받고 여성주인공을 제한시켰다고한다. 작가님이 여성주인공을 제한시킨것 처럼, 나도 페미니즘을 접한 후에 나를 제한시키곤 했다. 색깔의 선택에 있어서 분홍색보다는 파란계열을, 옷의 선택에 있어서는 공주풍의 원피스보다는 시크하고 일자로 떨어지는 원피스를, 심지어 음료의 선택에 있어서 캬라멜 마끼야또같이 단 커피보다는 덜 단 커피로. 나도모르게 나를 제한시키고 있었다. 꼭 분홍색을 좋아하고 공주풍의 원피스를 입은 달달한 캬라멜마끼야또를 마시는 사람은 페미니스트가 아닌것 마냥 아주 바보같은 짓이었다. 몇주 전, 나는 남자인 친구를 만났는데, 나한테 먼저 마카롱을 먹으러 가자고 했고 달달한 카페모카를 항상 마신다고했다. 맞아, 남자들도 이런거 좋아하는데, 아니 그냥 그 사람의 취향이 그런건데.

 여러 광고, TV맛집프로그램의 자막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아주 이상한 문장이 하나 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맛' '여성분들이 좋아하는 디저트' '여심을 사로잡는 단맛!' 과 같은 문장들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그렇다면 여자가 아닌 남자들은 단맛을 싫어하고 예쁜 디저트를 먹지 않는다는 말인가?
순 엉터리의 말이다. 그리고 내가 싫어하는 말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엉터리 문장에 익숙해진 나는 나도 모르게 달지 않은 음료를 골랐다. 난 페미니스트니까. 그들의 프레임에서 벗어나겠어!하면서 말이다.
애초에 이런 문장은 엉터리며 모든 사람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춰 살아가면 되는것이다.

 

 

 강남역 살인사건 이후 2년이 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페미니즘에 대해 더 많이 이해하고 알아가려고 해야하며 더 자주 입에 올려야 한다. 그래야 세상은 바뀌니까. 그래야 우리 여성들이 온전한 사람으로 대접받을 수 있으니까말이다. 이 세상의 디폴트는 남자가 아니라 사람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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