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본 것은 종로의 한 극장에서였다.
같이 영화를 보기로 한 친구의 소개를 듣고, 홈페이에 찾아가 대충 훑어보고 보기로 결정을 했는데 동네에선 이 영화의 상영관도 없고, 며칠만에 막을 내렸다고 했다.
영화는 초반 10여분간 상당히 지루하게 흘러간다.
특별한 일도 없이 조용하고, 영화 속에 표현된 대로 부부간의 짜릿한 정사도 없고, 젊은이도 별로 없고, 밖에서부터의 특별한 소식도 없는 그런 어촌이 배경이다.
사람들은 정부보조금을 받기때문에 생계유지에 큰 문제는 없었지만 바로 그런 이유로 또 지루하고 인생이 힘겨웠다.
영화를 다 보고 생각한 건데, 바로 이런 상황을 보다 정확히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초반부를 지루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지루한 초반부가 지나자마자 쉴 새 없이 킥킥거리게 되는 배우들의 연기와 감독의 연출은 초반부의 지루함이 의도적인 것이었다고 밖에 볼 수 없을 정도로 재치있고 유머러스하다.
위에 소개도 다 되어있을테고, 줄거리 소개쯤이야 어디서든 알아낼 수 있을테고, 또 보지 않은 사람들을 괴롭힐 생각은 전혀 없기에 내용은 이야기하지 않겠다.
단지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이 영화는 정말로 재치있고, 신선하고, 따뜻하고, 유머러스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현재 개봉되는 영화들을 보자면 헐리우드표와, 충무로표와, 최근들어 조금씩 늘어나고 있는 도쿄(여기서 만드는 지는 모르겠지만;)표다.
가끔은 그 밖의 영화도 개봉은 되지만, 거의 흥행에는 실패한다. (워킹타이틀사표는 예외로 해두도록 하자.)
세상에는 미국과, 한국과, 일본 말고도 많은 나라들이 있으며 그들의 영화중에도 당연히 훌륭한 것들이 잔뜩이다.
이 문젠 사실은 단지 영화에만 국한되는 것도 아니다.
책들과, 문화, 패션등 전반적인 문제이지만- 감히 여기서 그런 것들에 관해 논하자는 것은 아니고-_-;
요점은 단지 생소한 감독과, 생소한 배우들과, 별 입소문도 못 들은 제목의, 많이 접하지 않은 나라의 영화라고 해서 이렇게 즐거운 영화를 접할 기회를 놓쳐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주인공들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는 직접 보면서 판단하는 것이 좋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