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로드리게즈 감독의 화려함을 좋아한다.
황혼에서 새벽까지의 화려하고 유머러스하고 유쾌하기까지 한(흡혈귀가 등장함에도!) 뒷부분(앞부분은 타란티노의 작품), 패컬티의 공포, 스파이키드의 상상력, 포룸의 연출을 믿고 선택한 그의 데스페라도.
웃고, 즐기자는 영화다.
대체 무슨 말이 더 필요하단 말인가.
터프하고, 단순하고, 유쾌하고 섹시한 기타맨과 역시 섹시하고, 도발적이고, 용감하고, 똑똑한 여인.
쉽게 죽어버리며 슬픔을 주기엔 너무 얄팍한 역할의 연기파 조연들.
첫 5분을 완전히 장악해버린 스티브 부세미도 좋았고, 으하하하 떠들다가 비굴하게 죽어나간 쿠엔틴 타란티노도 좋았다.
셀마 헤이엑은 또 한번 나의 눈을 완전히 빼앗아버렸다.
그녀는 정말 섹시해.
기타케이스를 들고(안에는 당연히 폭탄과 총이 가득하다) 실용성은 없으나 겉멋에 잔뜩 든 폼으로 총을 쏴대고, 표창을 휙휙 날려대고, 방탄재로 만들어진 차가 돌아다니고.
까마득한 거리의 건물을 서점주인노릇하던 여자가 폴짝 뛰어넘고, 남자는 뒤돌아서 뛰며 쌍권총까지 쏜다.
모조리 파리목숨처럼 죽어넘어가는데 꼬맹이 하나는 남녀주인공이 살려낸다.
이걸로 만족.
낄낄거리면서 즐겁게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