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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책이니 서론은 생략하겠다.
엘리자베스(이후 리즈)양의 심리묘사는 탁월하였다. 리즈는 무지하고 철없는 그녀의 동생들을 지켜보며 경멸도 하였으나 그들에 비교해 더 지각이 있는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도 굉장한 인물이다. 자신을 특히 총애하는 아버지의 단점을 보지 않으려 눈을 감고, 외모만으로 남자를 평가해버리기도 한다. 다시씨를 좋아하게 된 후에도 자신이 받을지 모르는 상처를 미리 두려워하며 그것을 숨기고 다른 여러 가지 이유를 스스로에게 들이대며 단념하겠다는 혼잣말을 해댄다. 자신의 판단이 항상 옳을 거라 생각하고 남의 판단과 어긋나면 그것을 맘속으로나마 경멸하는 그녀이다.
이렇게 단점만 읽어보면 주인공 리즈는 그저평범한 잘난척쟁이 정도로 느껴진다. 그러나 사실 나는-아마도 이 책을 읽은 독자중의 8할도 포함될 거라 믿으며-리즈에게 끌렸으며 그녀가 행복하길 기대하며 책장을 넘겼고, 또 그녀가 싫어하는 상대는 즉각적으로 같이 뒷담할 준비가 되어있는 상태였다.
그럴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리즈의 단점을 덮어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그녀의 인간적인 부분들과, 그녀의 장점과 현명함이었을 것이다. 처음엔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으나 그녀는 결국 더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으며-THANKS TO어린 왕자- 자신의 천사 같은 언니 제인을 진심으로 공경할 줄 알았고, 비록 샬롯의 결정을 인정하지는 않았으나 그것은 친구에 대한 진정한 걱정에서 비롯한 것이었다. 잘못을 깨닫고 자존심을 세우기 전에 진심을 담아 사과할 수 있는 그녀의 장점 역시 리즈를 매력적이도록 만들어준다.
여기까지는 작가의 의도라고 확신하나, 독자들이 리즈의 단점을 눈감아주는 데에 더욱 호의적인 이유는 또 있다고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 주인공의 파워라는 점도 무시하지는 못하겠다. 만약 서술자가 전지적 작가가 아니라 리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단연코 작가의 선택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다. 이 글이 씌어질 당시의 시대에 대한 나의 몰이해에서 비롯한 생각이라는 것도 부인하지 않겠다. 우리나라 고전에서도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자주 있어왔다. 이것은 지금 현대작가들의 작품에서는 좀처럼 보이지 않는 일이나, 조금만 거슬러 올라가 톨스토이에게서도 찾아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하다. 오스틴역시 자신의 목소리를 작품 속에서 자주 들려주며, 어느 정도 주인공들을 차별한다. 완벽한 악인으로 그려진 인물은 없었으나-그래서인지 위기감이 별로 없다- 오스틴은 명확히 선을 그어두고 배역들의 자리를 결정하였다. 리즈와 그녀의 사랑 다아시, 제인, 빙리씨, 가드너부부, 베넷씨등은 선 이쪽 편에 있으며, 베넷부인, 콜린즈씨, 위캄씨등은 선 저쪽 편에 서있는 등이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들의 행동 하나하나를 다룰 때에도 선의 이쪽인지 저쪽인지를 살펴 묘사하였다. 이것은 소설을 쓰는데 있어서 여러 기법중 한가지를 오스틴이 선택한 것이겠지만 사건과, 인물들을 객관적인 입장에서 냉정히 바라볼 기회가 적었던 것도 사실이다. 마치 내가 리즈인양 동화되어 읽을 수 있었던 점에서는 좋았으나-사실 리즈의 심리는 2004년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나의 심리와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이었으니, 여전히 '인간들이란-쯧.' 이라 해야할 일인지 제인 오스틴의 뛰어난 심리묘사와 리즈의 편에 서도록 서술한 부분에 찬양해야 할 일인지 알 수 없으나 역시나 간과할 수 없는 그녀의 장점이다-말이다.
이러니저러니 말은 많았지만 역시 오스틴의 '사실은 별반 특별하거나 긴박하지도 않은' 소재와 배경 속의 이야기는 전혀 지루할 틈을 주지 않으며, 오스틴이 구사하는 심리묘사며 대화며 하는 것 역시 도저히 눈을 뗄 수가 없게 만든다. 블록버스터급의 악역과, 해리포터같은 상상력과 참신한 소재는 오스틴에게 다 필요 없는 것이었나 보다. 오스틴은 진부한 상황 속에서 정말 매력적인 인물들을 창조해내고, 그들의 성격을 제대로 표현할 줄 알았다. 제인 오스틴은 뛰어난 필력을 지닌 작가였고, 난 당연히 그녀의 다음 작품을 읽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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