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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지구촌 관련 뉴스에서 해수면 상승으로 여러 특정 지역들이 물에 가라앉아 삶의 터전을 옮겨야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보도되었다. 최초 환경 난민이 생겨난 것이다. 당장 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이는 시작에 불과하며 곧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날 일들이 될 것이다. 이렇듯 기후 위기가 도래하면서 다양한 환경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목소리 또한 높아지고 있다. 때문에 인류가 지구를 지켜야 한다, 지구를 구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김기범 작가의 2030기후적응 시대가 온다는 이런 당연한 명제를 부정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이런 표현들은 마치 인류가 지구를 사람처럼 대해야 함을 뜻하고, 마치 인류가 지구의 주인공 양 착각하는 지극히 '인간중심적인 사고'라는 것이다. 과연 이런 표현들이 옳은 표현인지, 그보다 인류가 정말로 지구를 살리거나 죽일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한다. 물론 지구 환경 문제 해결에 대한 목소리나 과학자들의 노력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인간중심적인 클리셰'에 갇히다 보면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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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억 년이라는 긴 역사를 갖고 있는 지구는 지금까지 수많은 생물종이 탄생해왔고, 소멸되기도 했다. 기후 위기로 인한 지금도 수많은 생물들이 멸종 위기를 맞고 있고, 그 속도 또한 빨라지고 있다. 이와 같은 문제로 인한 현재 인류의 기후 위기 대응은 인류가 지구에서 좀 더 오래 살아남기 위한 행동일 뿐임을 책은 지적한다. 인류가 살아남기 위해 다른 모든 생물종의 미래를 포기해야 한다면, 그래도 인류는 살아남아야 할까?
지구는 지금까지 다섯 번째 대멸종을 맞이했다. 수천 혹은 수만 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여섯 번째 대멸종이 현실화되면 지금까지 수많은 종들이 사라졌던 것처럼 '인류라는 종' 역시 일부만 남거나 멸종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구는 약 50억 년 뒤 태양이 수명을 다해가면서 적색거성이 되어 수성과 금성, 지구 등 가까운 행성들을 흡수할 때까지는 유지될 것이다. 즉 '인류가 걱정하는 지구의 진정한 위기'는 태양에 흡수될 때에나 찾아올 것이란 얘기다.
그러니 지금 인류가 지구를 위해 스스로 영웅인 양 걱정할 것이 아니라,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살아내야 할지 스스로 변화를 도모해야 할 것이다. <기후 적응>이라는 책 제목이 말해주는 것처럼 말이다. 이에 근미래에 닥쳐올 기후재난에 대비하기 위한 '적응 정책'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오해하지 마시라. 단순히 적응만 한다는 것이 아닌 기존에 펼쳤던 기후 위기 대응 정책 역시 다각도로 면밀히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오직 인류만이 지구의 주인공은 아니라는 것이다. 지구를 살아갔던 혹은 앞으로 살아갈 '수많은 종들 중 하나일 뿐'이라는 것. 책에서 주장하고 있는 '인간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 인류와 지구의 생물들이 어떤 위기 상황을 맞고 있는지,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우리가 준비해야 할 실질적인 방안은 무엇인지 한 번쯤 이 책을 통해 생각해 볼 일이다.
<2030 기후적응 시대가 온다>는 기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명제를 시원하게 깨뜨려준 책이기도 하고, 좀 더 다양한 각도와 시각으로 현재 지구 위기 상황을 생각해 볼 수 있도록 만들어 준 책이기도 하다. 조심스레 일독을 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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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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