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출판사에서 서평 이벤트를 진행할 때 제목만 보고 바로 신청했었다.
근래의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 것 같아 깜짝 놀랐기 때문이다.
흔히 우리가 먹는 음식을
'먹는 음식이 곧 나' 라 하기도 하고
'안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명품 차에 싸구려 기름을 넣는 것과 같다'고 비유하기도 한다.
먹는 것이 귀찮다기 보단 먹기 위해 준비하는게 귀찮다.
아이들 먹는 것만 겨우 챙겨주고 내가 먹는 음식들은 소홀히 하게 된다.
간단하게 배고픔만 해결할 수 있는 것을 찾다보니 좋지 않은 음식을 많이 먹는다.
음식에 대한 중요성은 알면서 식습관 고치는게 너무 힘들고 그게 잘 되지 않으니 나에 대한 실망감도 커진다. 조금만 움직여도 체력이 고갈되는건 물론이다. 그 영향이 아이들에게 미칠때면 나를 괴롭히는 마음은 더 커져만 간다.
악순환의 반복이다.

이 책은 섭식장애 처럼 음식으로 인해 고통받는 여성들을 위해 쓰여졌다.
40년동안 섭식장애 치료 전문가로 활동해온 저자의 글에는 많은 내공이 담겨있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신화, 전설과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를 예로 들어 여성과 음식의 관계를 설명한다는 점이다.

자신도 모르게 억눌려온 감정이 음식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잘못된 방식으로 표출된다.
그것을 이야기와 여성성을 연결시켜 알기 쉽게 설명한다.
섭식장애와는 다르지만 내가 음식을 대하는 모습에 있어서 문제점은 무엇일까?
이 책을 읽으며 알듯 말듯 했지만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18장 식사일지 : 진실을 기록하기
이 장의 이야기는 한국의 오랜 민담이라고 소개되어 나와서 더 남달랐다.

다이어트 일지가 생각나기도 했지만 여기서 주목할 것은 단순히 먹은 것만 기록 하는게 아니다.
p268
일지 쓰기는 무의식을 의식으로 불러들이는 시도이기 때문에 쓰다 보면 상당한 거부감이 일어날 수 있다. 우리는 직면하기 두렵거나 고통스럽거나 혼란스러운 특정 행동 패턴은 의식에서 몰아내는 경향이 있다. 이런 거부감은 '나쁜'것이 아니며, 일지를 쓰지 않는다고 해서 '게으르거나' '완고한' 것도 아니다. 이런 거부감이 들 때 오히려 섭식 장애에 잠재된 요소를 발견할 수 있는 또 한 번의 기회로 삼자. 따라서 자신을 꾸짖거나 호통치지 말고, 평가가 아닌 호기심을 가지고 물어야 한다. "먹고 느끼는 걸 기록하는 일이 왜 이렇게 싫을까?" "내가 느끼지 않으려고 애쓰는 특정한 감정이 있을까?" "내가 제일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일까?" 앞의 이야기 속 여인처럼 우리는 부드럽게 달래는 어조로 두려움을 진정시키며 진실에 한 발짝씩 다가가야 한다. 그러고는 가만히 앉아서 귀 기울여야 한다. 부드러운 호기심으로 그런 질문을 던지면 우리 안에 있는 현명한 여성이 대답해줄 것이다.
식사 일지를 꾸준히 쓰다보면 어떤 패턴 보일 것이고 그 속에 숨은 나의 감정도 보일 것이다.
음식 챙겨 먹기에 대한 단순한 귀찮음인지 귀찮음을 빙자한 다른 문제가 내게 있는 것인지도 알게 될지 모른다.
더이상 먹을 때마다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기록해봐야겠다.
내가 먹는 음식들과 그 음식을 먹기 전 후의 내 감정은 어떤 것일까 알고싶다.
먹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는 여성들에게(외모, 몸무게, 다이어트 스트레스) 권하고 싶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