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8년 11월1일 친구들과의 저녁 약속이 있었다.
모처럼 친구들 만날 생각에 들떠 있었고 약속 시간전에 혼자 영화 한 편 보려고 예매도 해둔 상태였다.
그 영화가 <보헤미안 랩소디>였다.
남편과 아이들이 아직 자고 있는 이른 아침, 씻으려고 일어났는데 몸이 이상했다.
장이 뒤틀리고 토할 것 같은 느낌이 갈수록 심해졌다.
영화는 물건너 갔구나 싶어 취소하고 저녁 약속이라도 가려고 누워있는데 꼼짝도 못할만큼 아팠다.
위경련이었던 것 같다. 자다가 아파하고 자다가 아파하고 그러다 저녁 약속도 가지 못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여기저기서 <보헤미안 랩소디> 이야기가 쏟아졌고 천만까지 갈꺼란 말에 속이 쓰렸다.
아아, 그때 봤어야 했는데!
그러다 드디어 집에서 보게 된 날.
아이들 낮잠 시간에 봤다가 끊어서 보게 됐는데.. 이런 영화를 이렇게 보다니!!
짜증이 날 정도였다. 마지막 공연 장면은 몇번이나 돌려봤다.
어쨌거나 영화만으로는 여운이 가지 않던 차에 프레디 머큐리에 대한 책을 접하게 되었다.

"프레디 머큐리는 세 번 태어났다.
첫 번째 생에서는 파로크 불사라.
두 번째 생에서는 프레디.
세 번째 생에서는 전설로."
이 책은 스페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알폰소 카사스가 쓰고 그렸다.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퀸의 팬이 된 그가 프레디 머큐리를 그리워하며 낸 책이다.
일러스트 보는 재미와 영화에서는 미쳐 알지 못했던 프레디의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있어 좋았다.

"어린 파로크 불사라는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모습 그대로 그의 내면 깊은 곳에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누구도 프레디의 그런 면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다시 한 번 그는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 이번에는 프레디 머큐리라는 이름으로."
《프레디》, p32
p21
학교에서는 조용하고 착한 학생이었다. 돌출된 치아 때문에 간혹 놀림받긴 했지만 결코 튀는 타입은 아니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다. 많은 사람 앞에서 클리프 리처드의 곡을 연주하는 파로크는 누구보다 자신감 넘치는 소년이었다. 대중 앞에 섰을 때 보여 주는 담대한 면모와 일상에서 보여 주는 소심한 모습, 이런 이중성이 그때부터 평생 그를 따라다녔다.
프레디 머큐리는 1946년 9월 5일 탄자니아 잔지바르의 주요 도시 중 하나인 스톤타운에서 처음 태어났다. 그의 이름은 파로크 불사라였다.
내성적인 반면 무대 위에선 전혀 다른 사람이 되는 프레디. 그는 끊임없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방황하게 된다.
영화에서도 프레디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웠다.
밴드 퀸 과는 뗄레야 뗄 수 없기에 퀸에 대한 이야기, 음반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하지만 프레디 머큐리란 사람에 대한 개인적인 이야기에 대해 더 관심이 갔고 알 수 있어서 영화에 대한 갈증이 좀 더 해소 되었다.

의상에 신경을 많이 쓴 프레디의 스타일 변천사도 볼 수 있다.
영화를 보면서 남았던 강한 인상이 책을 보면서 계속 떠올랐다.
의상, 행동, 표정, 음악 ...


보면서 눈물이 찡했던 페이지다.
내면의 문을 열고 들어가 스스로와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다. 과거를 회상하고 추억하는 프레디를 보면서 나도 프레디를 떠나 보낼 준비를 했다.
"어디, 여기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한번 볼까?"
"저 가발이랑 콧수염 좀 봐. 진흙탕에 빠질세라 조심조심 걷듯 인생을 사는 사람도 있지만 나는 있는 힘을 다해 힘차게 걸었어."
"나쁘지 않은 것 같아. 그렇지 않아? 나름 멋진 삶이었어 …."
이 대사를 통해 내 삶은 어떠한가 생각해보기도 했다.
있는 힘을 다해 힘차게 살고 있는가, 새로움이 두려워 조심조심 걷듯 살고 있는가.

책의 맨 뒷장엔 스티커도 있다.
아아, 영화도 금방 책도 금방 읽힌 프레디 머큐리의 파란만장했던 삶.
피아노 반주로 시작하는 보헤미안 랩소디를 듣고 있자니 조만간 다시 <보헤미안 랩소디> 영화를 보게 될 것 같다.
이제야 그의 존재를 알게 되어서 감사하고 퀸의 노래와 영상을 듣고 볼 수 있음에 감사하다.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라미 말렉! 축하합니다!!
그의 연기는 프레디 그 자체였다.
인도계 영국인이었던 프레디 머큐리처럼 이집트계 미국인인 라미 말렉, 이번 영화를 통해 탄탄히 쌓아온 그의 연기가 재조명 되었다.
퀸과 프레디 머큐리의 팬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통해 프레디를 좀 더 알고 싶다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픈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