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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거점
이 책을 가지고 오랜 시간 동아리 사람들과 세미나를 했다. 이런 두꺼운 책을 혼자 읽기에는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리고 생태학의 기원에 대한 지식을 비판적으로 공유하고 싶어서 했던 세미나인데, 생각보다 많은 소득이 있었다. 물론, 그것은 전적으로 이 책의 탁월함에서 연유한 것이다. 이 책은 무엇보다, 생태학의 태동을 주류 과학과의 분기과정 속에서 살펴본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즉, 역자의 부제가 '열림과 닫힘의 역사'인 것처럼 생태학이 지금처럼 분명한 정체성을 가지기까지의 과정을 역동적으로 기술하고 있는 것이다. 기술상의 특징은 역사적 서술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생태학의 분기 과정 속에서 쟁점이 되는 과학자들과 그들의 주장을 잘 정리하고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클레멘츠, 린네, 다윈, 휠러 등이 그런 과학자이며, 또한 유기체론이나 전일적인 관점과 같이 생태학의 태동과 맞물려 있는 에피스테메도 언급된다). 비록 4부와 같은 곳에서는 극상, 천이와 같은 좀 전문적인 생태학 개념들이 등장하지만, 뒷부분에 개념설명이 또한 있어서 충분히 공부하면서 넘어갈 수 있었다. 긴 시간 동안 이 책을 읽으면서 나에게 남은 것은 무엇일까? 아마 그것은 생태학의 과학적 정체성 속에서 과연 진보란 무엇이며, 지속가능한 삶이란 무엇인지를 묻는 것일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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