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쯤이었던 것 같다. 신문에서 우연히 한 엄마의 인터뷰를 읽었다. 이 엄마는 아이의 건강 관리를 위해 한국에 정식 수입이 되지 않은 건강관리기기를 직구해서 사용해왔고, 같은 환아의 부모들도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다 불법 의료기기를 수입했다는 이유로 검찰에 고발되었다는 것이다.
그때 1형당뇨라는 병이 있는지 처음 알았다. 그리고 매번 채혈을 하지 않아도 자동으로 혈당을 알 수 있는 연속혈당기라는 기기가 있는 것도, 이렇게 편리하고 좋은 기기가 우리나라에 정식 수입되지 않고, 개인적으로 알음알음 구입해 사용해도 의료관리법에 걸릴 수 있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엄마는 못하는 일이 없다는 걸 새삼 느꼈다.
<우리는 1형당뇨는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는 그때 인터뷰를 했던 그 엄마, 지금은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대표로 활동하며 1형당뇨병에 관한 각종 제도 및 법 개정과 환자 중심 의료 체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는 김미영 대표의 책이다.
<우리는 1형당뇨를 선택하지 않았습니다>는 1형당뇨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책이자 1형당뇨 환우들이 어떻게 건강 관리를 해나가야 할지 꼼꼼하게 정리한 책이다. 아이가 4살에 1형당뇨 진단을 받았을 때의 막막함과 그 후 아이의 건강 관리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내용, 1형당뇨에 대한 올바른 정보와 관리법에 대해 담겨 있다.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당뇨와 다른 1형당뇨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다. 1형당뇨는 췌장의 베타 세포가 파괴되어 인슐린을 분비하지 못해서 발병하는 질환이다. 일종의 자가면역질환으로 인슐린을 분비하는 췌장의 정상 베타 세포를 스스로 공격하여 발생한다. 선천적이거나 유전 질환도 아니고 식습관이나 비만 때문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당뇨'라고 알고 있는 질환은 2형당뇨라고 한다. 2형당뇨는 인슐린은 분비되나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혈당이 조절이 안 되는 질병이다. 소변으로 당이 빠져나오는 증세를 보이기 때문에 같은 '당뇨'로 불리지만 발병 기전과 관리가 전혀 다른 질환이다.
또한 1형당뇨는 어릴 때 발병하기 때문에 소아당뇨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성인이 된 후에 발병하기도 하고, 어릴 때 발병 후 성인이 된 경우도 있다. 그래서 '소아당뇨'라는 표현도 맞지 않다고 한다.
이 책은 크게 6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1형당뇨에 대한 오해를 풀고 올바른 정보를 전달하고, 2장은 1형당뇨 진단을 받은 후 무엇을 준비하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고, 3장은 연속혈당측정기, 인슐린 펌프 등 관리에 도움이 되는 기기에 대한 설명, 4장은 똑똑한 혈당 관리법, 5장은 환자 중심의 의료 환경 조성을 위한 제안, 6장은 1형당뇨 환아를 둔 부모와 환우의 생생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1형당뇨와 2형당뇨의 경우 혈당 관리법 등이 다르기 때문에 2형당뇨를 위한 혈당 관리법을 예상하고 책을 읽었다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1형당뇨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는 데에는 큰 도움이 되는 책이다. 특히 아이가 1형당뇨이거나 자신이 1형당뇨인 경우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이 꼼꼼하고 자세하게 담겨 있다.
부록에는 1형당뇨를 극복한 유명인들에 대해 소개한다. 올림픽 수영 금메달리스트, 슈퍼모델, 방송인, 영화배우, 정치인, 사업가 등 각자의 분야에서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는 '1형당뇨 때문에 할 수 없는 것은 아무것도 없고, 당신들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서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