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가장 힘들었던 건 일기 숙제였다. 일기 숙제는 일주일에 딱 하나였다. 하지만 이 하나를 쓰기 위해 아이와 얼마나 실랑이를 했던지. 뭘 써야 될지 모르겠다고 아이는 계속 징징거렸다. 다른 집 애들은 공책을 꽉꽉 채워 잘만 쓴다던데 왜 이럴까 속상했다. 생각해 보면 아직 한글도 가끔 틀리는데 글을 써야 한다는 게 아이에게 일기 쓰기 숙제가 얼마나 부담이었을까. 그때는 엄마도 아이도 초보였다.
다행히 2학년에 올라가서는 일기 숙제가 없어져 일기로 싸우는 일도 없어졌다. 대신 '독서 기록장'이라는 새로운 난관이 나타났다. 책 읽고 글 쓰기는 일기와는 또 다른 차원이었다.
교육 전문가들이 입을 모아 초등학교 때는 읽기 쓰기를 가르치라고 한다. 학습의 기초는 말하기, 듣기, 읽기, 쓰기이고, 이 능력이 탄탄해야 학년이 올라갈수록 공부가 수월해진다는 것이다. 특히 초등 저학년 때 책과 친해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얘기한다.
초등 저학년 시기의 책읽기를 잘 시작할 때 어린이 스스로 책읽기가 유익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긍정적 마음가짐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자기주도적 독서를 시작하면서 건강하고 유능한 '평생 독자'로 성장하는 데 밑거름을 마련하게 된다.
<우리 아이, 지금 어떤 책을 어떻게 읽고 있나요?> 중에서
다 안다. 책하고 친해지게 하고, 책을 읽고 생각을 발표하고 생각을 글로 쓰는 게 중요하다는 것을 모르는 학부모나 선생님은 없다.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조인정 작가의 <전래동화로 시작하는 저학년 독서토론논술>은 그런 점에서 유익한 책이다. 아이에게 친숙한 전래동화를 통해 아이가 재미있게 책을 읽고 부담 없이 친구들과 책에 대해 토론하고 자기 생각을 글로 쓸 수 있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어 학부모는 물론 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독서토론논술 수업을 하는 선생님들에게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왜 전래동화일까?
전래동화가 좋은 읽기 자료로 활용되는 가장 큰 이유는 저학년 학생들에게 익숙하고 쉽기 때문이다. 읽기 자료를 이해하는 것에서부터 어려움을 느끼고, 그 내용을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면 제한된 수업 시간에 계획했던 수업 효과를 얻는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저학년 시기에 그림책으로 쉽게 접하거나 흥미 위주로 편하게 읽기 시작한 옛이야기는 고학년이 되어 심화한 수준으로 다시 읽게 된다. 문학 교육 내용의 위계성에 따라 중.고등학교 때 배우는 고전 문학과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후속 학습 활동에도 도움이 되기도 한다.
<전래동화에 대한 이해와 편견> 중에서
옛이야기는 아이에게 친숙하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심화된 내용으로 단계를 높여가며 읽을 수 있다. 또한 길이는 짧지만 완결된 이야기 구조를 가지고 있고, 등장인물의 행동을 시간과 장소의 이동에 따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게다가 오랜 세월 전해 내려오면서 축적된 우리 민족의 삶과 지혜가 담겨 있다.
어떻게 아이들이 책과 친해지게 할까, 어떻게 아이들이 책을 읽고 발표하는 걸 두려워하지 않을까, 어떻게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다른 매체(신문, 영화, 그림 등)와 연계해서 독서능력을 확장시킬 수 있을까 등 독서토론논술과 관련된 노하우를 아낌없이 알려준다.
심지어 따라만 해도 아이들이 책읽기가 즐거워지는 수업 사례 10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읽기 자료, 책 내용을 확인하는 질문, 토론 논제, 독서 활동, 수행 결과 예시는 물론 함께 읽으면 좋은 책까지 소개한다.
책읽기를 할 때 궁금했던 부분에 대한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었다. 가장 좋은 건 아이와 책을 읽고 토론을 할 때 제일 어려웠던 '어떤 토론 주제를 제시해야 할까'에 대한 좋은 참고 자료를 얻었다는 것이다. 독서 토론이 그냥 책을 읽고 이해하고 내용을 정리하는 거라 생각했는데 생각을 확장시킬 수 있는 활동이 이렇게 다양하다니 놀라웠다. 더 많은 아이들이 책읽기를 좋아하고, 독서를 통해 생각을 키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