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서재

신나는 책읽기 놀이
  •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 양상규
  • 13,500원 (10%750)
  • 2020-09-25
  • : 209

언젠가 내가 좋아하는 책들로 가득 채우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편안하게 책을 읽고 사갈 수 있는 따뜻한 책방을 만들고 싶다. 요즘 하나둘 늘어나는 동네 책방들을 보면서 그 꿈이 가까이 다가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작은 책방 주인들이 낸 책들을 관심 있게 보는 편이다. 그런데 하나같이 책방 운영의 어려운 점을 토로한다. 마음만큼 책이 팔리지 않아 결국 서점 문을 닫은 사람도 있고, 커피를 팔거나 맥주를 팔거나 유료 강연을 해서 수익을 채우는 책방도 있다. 서점에서 수익은 내지 못하고 글을 쓴다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다른 수익으로 생활하는 책방도 있었다. 휴, 책방을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싶어 망설이던 차에 "책이 없어서 못 팔아요"라는 당당한 카피에 눈길이 갔다. 도대체 책 완판 신화를 만든 어서어서 서점은 어떤 비결이 있는 걸까?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 줄여서 '어서 어서'는 경주 황리단길을 지키는 단단한 책방이다. 이 책방의 주인인 양상규 작가는 경주 출신으로 경주에 젊은 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경주만의 문화 콘텐츠를 만들고 싶어 책방을 열었다. 대학 시절 시의 매력에 반해 빠지게 된 책들을 마음껏 보고 싶다는 꿈도 있었다. 어서어서 책방의 마스코트는 바로 책을 담아주는 '읽는 약 봉투'이다. 약국의 약 봉투에서 영감을 얻어 만들었다는 책 봉투는 책방의 상징이며 책방을 더 유명하게 만들어줬다.

"아, 이건 저희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의 콘셉트인데요, 우리가 몸이 아프면 몸을 낫게 하는 약을 처방받아서 먹잖아요. 그것처럼 어서어서에서 만난 책이 읽는 분의 마음을 낫게 해드리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든 책 봉투예요. 우리는 정보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고 더 배우기 위해 책을 읽기도 하지만, 어쩌면 그보다 더 자주 책을 통해 공감이나 위로와 연대 같은 것들을 얻잖아요. 그게 따듯함이 되고 위안이 되어 우리가 또 세상을 살아갈 기운을 내게 하고요. 그게 바로 책을 읽는 이유가 아닐까요."

<어서어서의 마스코트 읽는 약 책 봉투> 중에서

어서어서 책방 주인의 이력은 독특하다. 컴퓨터 관련 학과를 나왔지만 사진 찍는 일을 좋아해 경주 한 웨딩홀에서 사진을 찍었고, 새마을금고에서 일하기도 하고 댄스 강사도 하고 현대차 협력 업체 인사관리팀에서 일하기도 했다. 포항의 유명한 식당의 분점을 경주에 내서 성공적으로 운영한 사업가이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그동안 책방 주인들이 작가이거나 출판이나 방송 등 콘텐츠 제작과 관련된 일을 했거나 그저 책이 좋아 일단 책방을 연 경우가 많았는데 어서어서 책방 주인은 좀 다른 이력의 소유자였다. 어쩌면 그래서 책방이 성공하지 않았나 조심스럽게 짐작해본다.

책 <어디에나 있는 서점 어디에도 없는 서점>은 동네 책방 운영기로 다른 책과 다른 건 책방 주인의 낭만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책을 파는 '장사'에 대한 이야기다. 어떻게 책방의 콘셉트를 잡고, 어떻게 책방을 꾸미고, 어떻게 홍보를 하고, 어떻게 고객들을 상대하고, 어떻게 책을 팔 수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책방만이 아니라 작은 가게를 시작하는 모든 이들에게 도움이 될 이야기다.

책방의 이름을 지으며 해시태그 검색을 해서 입소문을 타기 좋은 이름을 짓는다던가, 포토존이 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찾아올 수 있게 하기 위해 서점 앞에 주황색 의자를 놓는다던가, 마스코트가 될 수 있게 약 책 봉투와 스탬프 책갈피를 만든다던가, SNS에 있는 피드에 댓글을 꼬박꼬박 달아 피드백을 한다던가 하는 서점 운영이 눈길을 끈다.

책방으로 이윤을 내겠다고 생각한다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으로 삼겠다면 자신만의 필살기를 갖추고 철저하게 계획하고 실행해야 한다. 낭만을 돈으로 바꾸려면 대단한 각오와 전략을 갖추어야 하는 법이다.

<작은 책방이라는 꿈, 동네 서점이라는 사업 아이템> 중에서

책방으로 이윤을 남기려고 한다면 낭만만으로 부족하다. 철저한 준비와 전략이 필요하다. 그저 좋은(책방 주인이 읽고 싶은) 책들을 진열했다고 해서 책방 운영이 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집 가까운 곳에 다양한 매력을 지닌 동네 책방들이 더 많이 생기면 좋겠다. 다양한 책방들이 생기면 책들도 더 다양하게 나올 것이다. 그리고 쉽게 책을 보고 책을 살 수 있는 곳이 생긴다면 자연스럽게 책을 읽는 문화도 생길 것 같다.

책방을 열겠다는 꿈을 너무 막연하게 낭만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원하는 책방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막연히 책방을 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만이 아니라 작은 가게를 꿈꾸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할 것 같다. 책방만이 아니라 다양한 색깔의 식당, 카페, 가게들이 생긴다면 우리의 삶도 더 다채로워지지 않을까.

책을 읽으니 경주에 꼭 가보고 싶고, 어서어서 책방 앞 주황색 의자에서 사진도 찍고 싶고, 주인장이 어떤 책들을 진열해 두었을지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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