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현재의 상태가 영원할 것처럼 느끼기 쉽다. 나는 8월에 두꺼운 코트를 살 마음이 없는 것처럼, 컨디션이 좋은 상태에서는(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처럼) 과거의 끔찍한 상태로 돌아간다는 게 도무지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우울증은 계절과도 같은 것이고,
나는 겨울을 나듯 거듭해서 우울증을 겪는다. 요즘 나는 다른 사람들이 다 수영장에 갈 때조차 목도리와 내복을 챙겨 놓는다. 이따금 찾아오는 악마를 맞이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내 경우 그동안 달라진 것은? 나는 여름에 겨울을 대비할 뿐만 아니라, 얼어붙을 듯한 추위 속에서도 봄을 생각하는 법을 배우기도 했다. 최고의 순간에도 상황이 얼마나 나빠질 수 있는지 기억하면서 다시 찾아올 우울증에 대비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우울증의 쇠퇴에도 민감해질 수 있었다. 겨울이 그러하듯, 여름도 다시 오게 마련이다. 나는 밑바닥으로 굴러떨어졌을 때조차도 좋아진 때를 상상하는 법을 배웠고, 그 소중한 능력은 악마적인 어둠 속을 한낮의 햇살처럼 파고든다.- P8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