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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 글쓰기라는 매우 거대한 의무가 존재한다고 믿습니다. 글쓰기에 대한 이런 의무가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는 나도 잘 모르겠습니다. 글쓰기를 시작하기 전까지, 글쓰기는 의미가 없는 것, 있을법하지 않은 것, 거의, 다른 어떤 것보다 불가능한 어떤 것, 여하튼 우리가 관련되어 있다고는 느끼지 않을 무엇처럼 보입니다. 그러나 어떤 순간이 도달하고, 아마도 우리가 첫 쪽을 쓸때일까요? 천 번째 쪽을 쓸 때? 첫 번째 책의 중간쯤, 또는 그이후? 나는 언제 우리가 반드시 써야만 한다고 느끼게 되는지모릅니다. 이런 의무감이 당신에게 고지되고 알려지는 방식은여러 가지입니다. 예를 들면, 우리가 매일 그렇게 하듯이 작은분량이라도 글쓰기를 하지 않았을 때 우리가 큰 불안이나 큰긴장을 느낀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자신에게 부과한 이 작은 분량을 쓰게 되면, 우리는 우리의 실존에 대한 일종의 사면을 행하게 됩니다. 이 사면은 하루의 행복에 필요불가결한 것입니다. 행복한 것은 글쓰기가 아니라, 글쓰기에달려 있으며 약간은 다른 어떤 것, 곧 실존의 행복입니다. 이것은 매우 역설적이고, 매우 수수께끼 같은 일인데, 바로 다음과같은 면에서 그렇습니다. 이다지도 허무하고 허구적이며 나르시시즘적이고 자신을 향해 침잠하는 이 몸짓, 다만 아침나절을할애해 탁자에 앉아 빈 종이 몇 장을 채우는 이 몸짓은 어떻게하루의 나머지 시간에 대한 축복이라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것일까요? 어떻게 직업, 허기, 욕망, 사랑, 성, 노동과 같은 사물의 실체가, 아침나절 동안 또는 하루 중 어느 때인가 글쓰기를 했다고 해서, 변형될 수 있는 것일까요? 자, 이것이야말로 수수께끼 같은 일입니다. 어떤 경우든, 내게는 이런 일이야말로 내가 글쓰기의 의무를 느끼게 되는 방식 중 하나입니다.-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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